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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동시 - 윤동주가 직접 지은 동시 20편 본문
일제강점기, 28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시인, 윤동주.
우리에게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이나 '서시'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시인이죠.
윤동주의 동시를 읽기 전에, 윤동주의 <서시>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떠세요?
윤동주의 감성을 먼저 알고 난 다음, 윤동주의 동시를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윤동주의 '서시'를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영상으로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를 달아 놓을게요~
그런데 시인 윤동주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를 지었다는 걸 아세요?
윤동주는 섬세하게 자연과 주변 사물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동시를 꽤나 많이 남겼는데요~
여기에서는 윤동주가 지은 동시 20편을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윤동주의 동시를 읽으며, 윤동주가 이끄는 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초등 동시 1. 산울림
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
초등 동시 2.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초등 동시 3.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에게도 아르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닭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초등 동시 4. 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초등 동시 5. 햇빛 ˙ 바람
손가락에 침 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초등 동시 6. 반딧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초등 동시 7. 둘 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고
바다에 돌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바다는 벙글
하늘은 잠잠
초등 동시 8. 거짓부리
똑, 똑, 똑
문 좀 열어주세요
하룻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거 누굴까?
문 열어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한걸.
꼬끼오, 꼬끼오,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리한걸.
초등 동시 9.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초등 동시 10. 참새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 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 한 자밖에는 더 못 쓰는걸.
초등 동시 11. 버선본
어머니
누나 쓰다 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습자지에다 내 버섯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걸.
어머니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천 위에다 버선본 놓고
침 발라 점을 찍곤
내 버선 만드는걸.
초등 동시 12.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초등 동시 13. 봄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초등 동시 14. 무얼 먹고 사나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초등 동시 15. 굴뚝
산꼴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인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을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 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초등 동시 16. 햇비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닫자 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 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알롱달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 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초등 동시 17. 빗자루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 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 하나 나 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 속에 감췄더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초등 동시 18. 기왓장 내외
비 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든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초등 동시 19. 오줌싸개 지도
빨래줄에 걸어 놓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초등 동시 20.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
자, 이렇게 해서 윤동주가 지은 동시 20편을 소개해 보았는데요,
윤동주의 동시를 아이와 함께 읽은 다음,
아이의 시해석을 이끌어내거나 아이의 느낌을 들어보는 것도 좋답니다.
아무튼 윤동주 시인의 동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고요~
즐겁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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