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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을 알아보고,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분석해 보아요.

별뜨락 2022. 2. 22. 23:28

'시인들의 시인', '언어의 천재'라 불리던 백석은 

김소월, 한용운, 정지용이 기반을 닦아놓은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던 시인인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백석 시인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알아본 뒤,

백석 시인의 작품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시인 백석의 삶과 시의 특징

백석의 본명은 백기행이에요.

백석은 1929년 정주에 있는 오산 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인 '그 모와 아들'로 등단을 했습니다. 그 뒤로 조선일보 장학생의 자격으로 1934년 일본 아오야마학원 전문부 영어사범과를 졸업했어요.

백석은 어떤 일을 하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요,

해방이 될 때까지 백석은 조선일보사, 영생 여자고등보통학교, 조선일보 여성사, 왕문사 등으로 직장을 옮겨다녔어요. 그 와중에 작품 활동과 번역 활동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나갔답니다.

그러다가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백석은 본격적인 시인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 이듬해인 1936년에는 시집 '사슴'을 출간하면서 1940년까지 집중적으로 시작 활동을 활발하게 해나갔고요.

이렇게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동안 백석은 만주국 국무원 경제부, 측량보조원, 소작인, 세관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는데요,

광복 이후에는 북한 땅이었던 고향 정주로 돌아갔다가 그대로 북한에 남아 있게 되었답니다. 

 

백석은 일상적인 언어와 함께 평북지방의 토속어를 그의 시 곳곳에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백석의 시를 읽으면 향토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또한 백석의 시에서는 고향 마을의 사람들, 자연에 대한 묘사가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백석의 인식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가 있어요. 백석의 주요 작품으로는 '수라', '여승', '여우난골족', '흰 바람 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국수', '고향', '모닥불' 등이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백석의 여러 작품 중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분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이라는 시의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신의주(지명 이름) 남쪽, 유동(지명 이름)에 사는 박시봉(사람 이름) 집에서'라는 의미로

편지에 적는 발신인의 주소예요. 이와 같은 제목은 서간체로 되어 있는 시의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게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에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자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는, 백석의 대표적인 후기시로,

가족과 헤어져 떠돌이 생활을 하는 시적 화자의 감정의 추이가 잘 드러나는 작품인에요.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시적 화자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래 표로 정리해 볼게요.

 

<시상 전환 이전> ---> <시상 전환> ---> <시상 전환 이후>
외로움, 쓸쓸함 그러나 안정감, 진정
-> 무료함, 지루함 ->경건, 겸허
-> 회환, 슬픔 (심리와 태도 변화) ->의지, 희망
-> 좌절, 절망  

 

표에서 정리해 놓은 것처럼, 

시의 앞 부분에서 시적 화자는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지만,

'그러나'를 기점으로 시적 화자의 태도는 변화하게 됩니다.

시상이 전환되면서 화자는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게 하여, 점차 안정감을 찾게 됩니다. 그러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죠.

 

시의 성격 고백적, 반성적, 의지적
시의 제재 유랑인의 삶
시의 주제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지식인의 내면의식과 새로운 삶의 의지
특징 1. 산문적 서술
2. 편지 형식으로 화자의 근황을 알림
3. 토속어, 방언, 토속적 소재 등장
4. 쉼표를 많이 사용하고 대등한 표현 병렬
주요 시어 -바람, 추위 : 시련
-갈매나무 : 어두운 겨울 하늘 아래에서도 의연한 모습
--->화자가 굳세게 살아갈 것을 다짐함

이렇게 해서 백석과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여기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이 시인과 작품을 이해하시려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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