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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품은 밤하늘

별뜨락 2022. 9. 7. 23:47

시를 품은 밤하늘

-허난설헌의 시 앞에서-

 

 

저 멀리 어렴풋한 곳, 400년 전 하늘 아래에는

높이 솟은 태양보다 더 빛나는 글재주로

마음속 온갖 감정들을 고귀한 시로 써 내려간

조선의 여인, 난설헌이 있었지.

 

하지만 그녀가 지은 아름다운 시는,

서늘한 세상에 침묵 당해

창백하게 가려져

쓸쓸하고 조용하게 피어나고 있었지.

 

그러다가 이제야,

400년도 더 지난 이제야,

난설헌의 시가 우리들에게 와닿아

슬픔과 기쁨으로 휘몰아치게 하는 건,

 

바람이 부는 길목에서도 붓을 움켜잡은 난설헌이,

별빛을 붓에 눌러 찍은 다음,

어둠이 하늘에 내려앉기를 기다렸다가

그 까만 하늘에 별빛으로 시를 써내려갔기 때문이지.

 

난설헌의 시가 새겨진 밤하늘에

맑은 바람이라도 불 때면,

그녀가 보았던 백양나무, 살구꽃, 깨끗한 호수까지도

밤하늘에 어른거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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