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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네 집
일흔 엄마의 새로운 취미 본문
올해 일흔이 된 엄마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엄마는 일상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서, 딸들에게 문자로 보내셨다. 나는 엄마가 보내온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취미를 갖기 전까지 엄마는 울적한 날을 보내고 계셨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도 엄마는 얼굴이 아주 어두웠다.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난 뒤 적적함을 느꼈던 엄마는, 날이 갈수록 외로움이 심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친하게 지냈던 친지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이 세상을 떠나자 엄마의 외로움은 우울로 번져갔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가 사진과 영상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엄마가 보낸 사진과 영상에서 엄마의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엄마의 사진과 동영상은 대단한 게 아니었고, 집 앞에 피어난 풀과 꽃, 엄마가 만든 음식 등 아주 소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사진과 영상을 위해, 자신의 마음에서 우울을 몰아내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감사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영상 편집을 배우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찍어놓은 사진과 동영상을 엮은 다음, 직접 문구도 만들어 자막으로 넣어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엄마에게서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흔의 나이에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려는 엄마를 기꺼이 응원했다.
그러나 엄마가 본격적으로 영상 편집을 배우려 하자, 엄마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일흔 엄마의 도전 의지를 좌절시킨 건, 다름 아닌 어려운 외국어 낱말이었다. 어려운 형편에 딸 넷을 키우며, 별의별 일을 다 해 본 엄마는 살림, 육아뿐만이 아니라 신발 공장과 문방구에서 일을 했었고, 부업으로 조립과 뜨개질을 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엄마는 뭔가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엄마가 어려운 외국어 낱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니!
“도대체 시퀀스, 타임라인, 오디오 트랙, 렌더링이 다 뭐냐?”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엄마를 지켜보던 나는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일흔이 된 엄마가 어려운 영상 편집 용어를 익히는 건, 무리라고.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영상 편집 포기를 설득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이런 부탁을 하는 거였다.
“네가 엄마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영상 편집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엄마를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말인가?
“엄마, 나도 영상 편집에 대해선 잘 몰라.”
“아니, 영상 편집하는 걸 가르쳐 달라는 게 아니고.”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영상 편집할 때 쓰는 단어들을 우리말로 바꿔주면 안 될까? 그래도 우리 딸이 중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그건 할 수 있지 않겠니?”
그 뒤로 나는 영상 편집 용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시작했다. 엄마를 위해 어려운 외국어 낱말을 우리말로 바꾸는데, 예전 중학교 교사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건 마치 아이들을 위해 수업 자료를 준비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말로 바꾼 단어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시퀀스 | 영상 화면을 담을 액자(틀). |
타임 라인 | 작업 영역. 편집하는 곳. 한 마디로 소리나 동영상을 작업하기 위해 필요한 자리. 음식 재료를 도마에 얹는 것처럼, 영상이나 소리(재료)는 타임 라인 위에 올려 놓음 |
오디오 트랙 | 작업에 필요한 오디오를 갖다 놓는 자리 |
인디케이터 | 영상 작업 중 현재의 지점을 가리키는 파란색 막대기 |
랜더링 | 사진, 영상 작업한 것을 최종 동영상으로 출력하는 것.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문서를 종이에 출력하는 것처럼 영상 작업한 것을 최종 동영상으로 출력하는 것. |
제대로 깔끔하게 바꾸지는 못했지만, 엄마는 내가 이런 방식으로 바꾼 낱말들을 보면서 기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렇게 단어만 바꾸었을 뿐인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건지 그냥 감이 딱, 오네.”
내가 우리말로 바꾸어놓은 편집 용어들을 보면서, 엄마는 편집을 익혀나갔다. 집안의 작은 방은 엄마의 영상 편집 학교이자 학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사진과 영상을 자르고 붙인 다음, 자막과 음악까지 넣어, 마침내 멋진 동영상을 완성해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엄마는 더 나아가 자신이 완성한 영상을 누리 소통 매체에 게시하기까지 했다. 아직은 어설픈 영상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 엄마의 노력과 열정이 살아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그 영상을 볼 때마다 한없이 기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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