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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을 지키는 마음

별뜨락 2021. 11. 24. 22:46
다음 글은 청렴을 주제로 한, 학생의 창작글입니다.

 

 

민수는 책상 앞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았다. 칠판에는 ‘7교시 창체 시간에 회장 선거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민수는 글자를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말고,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민수는 지훈이가 한 말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지훈이는 이번 회장 선거에 후보로 등록한 친구였다.

어제 점심 시간에 급식을 다 먹은 후, 민수 곁으로 다가온 지훈이. 지훈이는 민수에게 바짝 붙더니, 속삭였다.

민수야.”

심각한 표정이 된 지훈이는 주위를 살피더니,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동네는 고등학교 입시를 치르잖아. 성적이 받쳐줘야지만 원하는 고등학교를 갈 수가 있다는 게 좀 슬프지. 나도 점수 0.5점 때문에 원하는 고등학교에 못 가게 되면, 인생이 참 비참하게 느껴질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네가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민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지훈이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무엇을 도와달라는 건데?”

지훈이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내가 회장이 되면, 내신 점수를 더 받을 수 있거든. 그 점수만 확보해 놓으면 되니까, 나를 회장으로 뽑아줄래?”

민수는 지훈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민수는 지훈이가 회장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지훈이가 내신 점수만을 위해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훈아, 그건 좀 그러네. 그나저나 곧 5교시 시작이니까, 얼른 교실에 들어가야겠다.”

민수는 말을 끝내고, 지훈이와 헤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지훈이가 민수를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민수야, 내 무선 이어폰, 너 가져! 나를 뽑아주기만 한다면, 그거 너 줄게.”

무선 이어폰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민수의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무선 이어폰이라고? 내가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지금까지 민수는 친구들이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걸 볼 때마다 너무도 부러웠다. 민수도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민수는 그럴 수가 없었다. 힘겹게 일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그걸 사달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민수는 지훈이가 다른 친구를 향해 달려가서 말을 거는 걸 보면서, 터덜터덜 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 이후로 민수는 계속해서 갈등을 했다.

소신대로 다른 후보를 회장으로 뽑을 것인가?’

무선 이어폰을 갖기 위해 지훈이를 뽑을 것인가?’

 

2.

드디어 회장을 선거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던 민수는 이런 생각을 했다.

, 지훈이가 회장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때 민수의 뺨에 무언가 딱딱한 게 느껴졌다. 그건 초등학교 선생님께소 졸업 선물로 주신 것이었다. 민수는 뺨에 대고 있었던 필통에서 도장을 꺼냈다. 도장에는 박민수라는 이름이 멋지게 쓰여 있었다.

도장을 보니, 민수는 졸업식 날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난초반 친구들은 앞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나중에는 사회에도 진출하게 될 거예요. 앞으로 여러분들 앞에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과 같은 바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선물을 준비했어요. 여기 여러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이 있는데요, 도장에 새겨진 이름이 종이에 선명하게 찍히는 것처럼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여러분들의 인생이라는 종이에 찍힌다고 생각하고, 바르게 살아가기를 바래요.“

민수는 졸업식 때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에 감동을 받았고, 그런 이유로 도장을 필통에다가 항상 간직하고 다녔던 것이다.

민수는 도장에 인주를 묻혀 노트 한쪽 위에 꾹 눌러 보았다. 그러자 선명한 박민수라는 이름이 노트에 찍혔다. 그걸 보자 민수는 마음속에 무언가가 울렁거렸다.

그래, 박민수! 지금은 내가 무선 이어폰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양심마저 가난해지도록 놓아둘 수는 없어!‘

민수는 마음속에서 가난한 양심을 떨쳐버렸다. 그러고 나서 회장으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그러자 민수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까지 들었다. 그건 부유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3.

며칠 뒤 민수는 지훈이와 마주쳤다. 회장이 되지 못한 지훈이는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민수는 그런 지훈이를 보면서 말했다.

지훈아, 기운 내.“

민수는 지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서, 다시 말했다.

지훈아, 나한테 무선 이어폰은 안 줘도 돼. 내가 누굴 뽑았는지 말할 순 없지만, 무선 이어폰을 받을 목적으로 누군가를 뽑지는 않았으니까. 난 내 양심대로 행동을 했어.“

지훈이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나도 이번에 깨달은 게 많아. 사실 6학년 때 우리 반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회장 선거를 부탁했거든. 그런데 다들 지금 네가 했던 이야기랑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 양심이나 바른 행동 같은 단어들을 쓰면서 말이야.“

지훈이는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말했다.

,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점수를 올리면 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도 않고 잘못된 방법으로 점수를 올리려고 한 게, 너무 창피해.“

민수는 고개를 푹 숙인 지훈이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었다. 민수와 지훈이는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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