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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세상을 바꾼다- 감정노동자의 처우를 생각하며

별뜨락 2021. 11. 30. 19:06
감정 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감정노동이라 하는데요,
이와 같은 일을 수행하는 종사자를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들어 우리 사회에서 감정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한 학생의 글짓기를 아래에 실어 봅니다. 

 

배려는 세상을 바꾼다.

 

얼마 전 우리 이모는 선생님이 되었다. 지금까지 전업주부였던 이모가, 초등학생 온라인 학습 회사에서 학습 상담 선생님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이모가 하게 될 일은, 온라인으로 학습한 아이들의 공부를 점검해주고, 아이들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이끌어주는 것이었다.

처음 이모가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을 때, 이모의 목소리는 한껏 기대에 들떠 있었다.

예전에 배웠던 교과 지식들과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을 잘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어 볼 거야.”

나는 이모를 보며 생각했다. 우리 이모는 그 어떤 학습 상담 선생님들보다 모든 면에서 잘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사실 이모는 대학교 시절에도 방송국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정갈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것뿐만이 아이다. 이모는 사촌 형들이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이끌어준 것으로도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데 이런 이모를 보면서 유독 우리 엄마만은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중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우리 엄마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너는 분명 잘 해 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교사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을 거야. 어쩌면 큰 실망을 하게 되는 날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일들에 대해 마음의 대비는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엄마의 진지한 태도와는 달리, 이모는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것쯤이야 다 생각하고 있었어. 언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던 얼마 뒤 이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모의 소리를 들은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이모는 울고 있었다. 이모의 울음소리는, 몇 년 전 이모부가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절망이라는 단단하고 두꺼운 벽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던 그 목소리를 나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모는 어떤 학부모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했다. 그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성적이 오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온갖 불만을 악담과 저주로 표현했다고 한다. 아직 교사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이모에게 아이의 성적에 대한 불만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모는, 학부모가 고객이기 때문에 그 행동의 부당함을 호소하지를 못했다.

그 뒤로 엄마는 이모 걱정을 많이 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이모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는 불안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학습 상담 선생님은 자신이 관리하는 아이들의 학부모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되는데, 폭언을 퍼부었던 학부모와의 정기 연락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모는 그 학부모만 떠올리면 가슴이 콩콩 뛴다고 했다.

드디어 그날이 돌아왔다. 이모가 폭언을 들었던 학부모와 연락하게 되는 그날이. 엄마가 이모의 연락을 받자,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엄마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온 마음을 다 기울였다.

그런데 웬일일까? 걱정과는 달리 이모는 목소리가 밝았다. 처음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던 엄마의 얼굴도 점점 환해졌다.

이모의 전화를 끊고 나서 엄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그 학부모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에 이모의 마음이 다 풀어졌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시 힘을 내서 멋진 학습 상담 선생님이 되어 보겠다고 하던데?”

엄마의 말을 들은 나는 생각했다. 이모와 같은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객의 말 한 마디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고객의 한 마디가 감정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고, 절망감을 안겨 줄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감정 노동자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이들보다, 감정 노동자들을 절망감에 빠뜨리게 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사실 우리 엄마가 중학교 교사 생활을 그만두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마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곳에서 고객이라는 단 하나만의 명분으로 감정 노동자들의 꿈을 잃게 만드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감정 노동자들의 꿈을 꺾게 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더 나아가 감정 노동자들이 꿈을 펼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을 위한 배려의 말을 건네주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 용기는 세상을 바꾼다. 배려로 인해 나 자신, 우리 가족, 우리 친구들이 꿈을 펼치며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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