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간에 나타난 변종 저작물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저작권 소재의 창작글입니다. 주인공 '그'의 부정적인 행동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외출을 못 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을 사랑하던 그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다.

디지털 공간에 올릴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평소에 그림 관련 책을 많이 읽었던 그는, 작품과 작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풍부한 지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동영상을 제작하는 방법도 이미 배워놓았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는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런데 막상 콘텐츠를 만들려니 그 앞에 난관이 나타났다. 우선 그는 동영상을 제작할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는데, 프로그램의 가격이 그에게는 부담스러웠다. 물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무료 프로그램으로는 다양한 영상 효과를 줄 수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P 프로그램 구매를 결심했고, 그 뒤로 며칠 동안 P 프로그램의 할인 정보를 알아보느라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니, 이게 정말이야? 무료 다운로드?’

우연히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게 된 그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불법 다운로드라는 걸 그는 모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교, 동아리 등 수없이 많은 곳에서 저작권 관련 교육을 받아왔던 그였다. 저작권 교육을 받을 때마다 그는 몸을 배배 꼬며 생각했었다.

‘타인의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해야 하는 걸 누가 모르겠어? 언제까지 이런 쓸데없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지.’

그랬던 그가 모니터에 보여지는 불법 프로그램 다운로드 아이콘 앞에서 갈등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어이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렀다. 클릭. 그는 불법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번 딱 한 번 만이야.’

2.

그는 콘텐츠를 만드는데 정신을 쏟느라, 코로나 바이러스 기세가 꺾이지 않는 것도 몰랐다. 소개할 그림 작품을 골라 구상하고 대본을 작성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걸 하는 동안 즐겁기도 했다. 그런데 준비해 놓은 것들을 콘텐츠로 만들려고 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콘텐츠 내용과 관련된 배경 영상을 마련하는 게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의 재료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영상은 직접 촬영하지 않으면, 촬영 전문가나 단체로부터 영상 자료를 구매하여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공짜로 사용했던 것처럼, 영상도 공짜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갑자기 그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인터넷 여기저기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영상을 공짜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물론 그건 공정하게 사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상을 확대하거나 축소한 다음, 그 위에 다른 이미지를 덧입히면 된다고?’

그는 꺼림칙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 마음을 꾹 눌러 버렸다. 그런 다음 다른 이들의 영상을 끌어다가 형태를 비틀어 자신의 콘텐츠에 넣었다.

영상을 만들던 중, 그는 음악에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개 도메인 음악들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최신 음악을 사용하고 싶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거리낌 없이 최신 인기 음악을 불법 다운로드 해서 자신의 영상에 넣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첫 번째 콘텐츠가 만들어졌고, 또 다른 콘텐츠들도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3.

그의 콘텐츠가 디지털 공간에 실리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콘텐츠를 시청했다. 인기 있는 최신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걸 지켜보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영상을 싣기 시작한 지, 100일 정도가 되었을 때 그는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댓글에 달린 메시지를 읽던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라고? T 크리에이터가 올려놓은 콘텐츠들이 내 것과 비슷하다고?’

그는 당장 T 크리에이터의 채널을 찾아 들어갔다.

‘아, 아니. 어떻게, 이건…….’

T 크리에이터가 올려놓은 콘텐츠들을 보면서 그는 놀라 입이 딱 벌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T 크리에이터의 수법은 그가 콘텐츠를 만들 때 사용했던 것과 비슷했다. T 크리에이터는 그의 콘텐츠를 복제해 약간의 변형을 준 다음, 자신의 채널에 버젓이 올려놓은 것이었다. 그가 만들어놓은 콘텐츠 제목과 대본마저도 아주 조금만 바꾸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T 크리에이터 채널에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댓글을 달아놓았다. 대부분이 칭찬과 응원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일어나는 느낌이 들어,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씩씩거리며 T 크리에이터 채널에 댓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타탁타타.

‘남의 콘텐츠를 훔쳐서 만든…….’

그런데 댓글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이상해졌다. 팡팡팡. 마치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전원이 꺼져버린 컴퓨터. 컴퓨터는 죽은 듯이 깜깜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그는 불법 프로그램 속에 심어진 컴퓨터 바이러스가 컴퓨터를 망가뜨리게 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한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 거실 한쪽에 있는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뉴스였다.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그는 왠지 자신과 T 크리에이터가 코로나 바이러스 및 변종 바이러스처럼 여겨졌다. 그는 온몸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