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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 - 유태인의 교육방법

별뜨락 2018. 12. 30. 21:29

지난 학기 큰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수업 영상의 일부를 보내주셨습니다. 하브루타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했습니다. 알림장 앱에 있는, 영상 속 아이들은 끊임없이 친구들과 말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한 내용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아이들 모두 진지한 모습이었던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큰 아이는 이번 학년부터 학교에서 하브루타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도 하브루타 수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아이의 하브루타 수업을 면밀히 살펴본 적이 많았습니다


하브루타란 무엇일까요?


하브루타는 짝을 이루어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논쟁하는 유태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입니다. 좀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하브루타는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학교인 예시바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방법이라고 합니다. 예시바란, 유대인의 종교문헌인 토라, 탈무드, 율법을 주된 텍스트로 삼아 가르치는 유태인의 교육기관입니다. 예시바뿐만이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도 문학이나 사회 같은 과목에 하브루타 수업 방식을 접목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겠지만, 세계 인구의 0.2 % 밖에 안 되는 유태인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23 %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세계의 억만 장자 톱 40 중에서도 15 %를 차지하는 것이 유태인입니다. 유태인은 미국 인구의 2 %뿐이지만, 부자 상위 400 가족의 23 %가 유대인이라고도 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유태인들의 뛰어난 성과 때문에 유태인의 교육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최근 들어 하브루타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아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브루타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일단 저희 큰 아이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효과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 것입니다.

하브루타 수업은, 교과 내용을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걸 지양하고 아이 스스로 설명하고 질문을 해야 합니다. 질문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또 친구가 어떠한 질문을 하든지 그에 대한 답을 찾아 말을 해야 합니다. 그것 역시 수업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게 수업에 직접 참여하다보면, 아이는 점점 다른 영역에서도 스스로 생각해내려는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교실에서 하브루타 수업에 참여했던 모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간혹 친구들 중에는 수업 시간 내내 무엇을 했는지 남는 게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하브루타 수업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성취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성향이나 흥미 정도에 따라 하브루타 수업의 효과는 좀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 하브루타는 모든 유태인이 받고있는 교육방법은 아닙니다. 하브루타는 일반 학교보다는 오히려 유태인 종교 학교(예시바)에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학습법입니다. 그러므로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유태인들의 공부방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하브루타보다는 좀더 일반적인 유태 교육방법에 대해 살펴보는 게 나을 것입니다.

  

유태인의 공부방법

그렇다면 과연 유태인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까요?

유태인의 공부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들의 종교 교육방법을 면밀히 알아보아야 합니다.

유대교의 교육방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읽기와 쓰기 교육을 철저히 한다는 것입니다. 유대교 지도자들뿐만이 아니라 유태인의 부모들은 교양을 몸에 익히면서 읽고 쓰기 능력을 갖게 하는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한 결과 유태인들은 경전을 해석하는 것이나 정해진 생활 규칙을 해석하는 데에도, 각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서로 논의하곤 합니다. 현재 법정 등에서 활약하는 변호사 중 유대인이 많은 것도 그런 토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특이한 교육방법 중 또 하나는, 몸 전체를 이용해 음독을 반복하여 암기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소리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상체를 딱따구리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어 읽습니다. 그러면서 무릎을 구부리거나 늘리고, 엉덩이를 당기거나 내리면서 몸 전체를 이용하여 책을 읽습니다. 이러한 공부법은 유대인들에게 전통적인 공부법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몸을 움직이는 운동도 뇌의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기능의 유지 ·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몸을 움직이면서 책을 읽는 유태인의 전통 공부법은,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혜와 궁리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생활 습관도 유태인의 훌륭한 성과를 설명하는 데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삶에는 안식일이라는 날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황혼에서부터 토요일 황혼까지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입니다. 그날 하루는 유대인들이 공부하는 데 빼놓을 수없는 소중한 시간이며, 식사와 취침만을 제외하고는 독서를 하고 묵상하고, 가족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날입니다.

또 그날 유태인 가정에서는 토라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논의를 합니다. 아이는 부모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부모는 진지하게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법으로 지키고 있는데, 이러한 날을 법으로까지 지키는 민족은 유대인 외에는 없습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을 능가한다는 유태인의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유태인에게 대화, 논의, 논쟁은 삶의 과정이자 방법인 것입니다.

따라서 요즘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하브루타 수업방식은, (하브루타라는 특정 종교학교의 교육방식이 아니라) 유태인의 삶의 방식을 따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브루타 수업은, 학교나 학원보다는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그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식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부모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부모는 진심으로 질문에 답해주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유태인의 진정한 교육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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