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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의 수미상관, 그 효과와 예시

별뜨락 2022. 2. 13. 03:43

시에서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배치하는 방법을 수미상관이라고 합니다.

간혹 '수미상관' 대신 '수미쌍관', '수미상응'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죠.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완전히 똑같지 않아도 비슷해도 수미상관을 이룰 수 있고요,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호응을 이루어도 수미상관을 이룰 수가 있답니다.

 

 

  수미상관의 효과

수미상관이 쓰였을 때, 시에서는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요?

 

1)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반복이 되기에 수미상관이 쓰인 시에서는 운율감이 느껴진답니다.

 

2) 같은 내용이 두 번씩이나 나타나므로, 내용상 강조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3) 형태적으로 처음과 끝부분이 동일하다보니, 안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다시 말해, 시에서 수미상관이 사용되면 운율, 강조, 안정감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난답니다.

 

 

 

  수미상관의 예

이번엔 수미상관이 나타난 시의 예를 찾아볼까요?

 

다음 시는 첫 연과 마지막 연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진행되면서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는 시랍니다.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아래 시는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완전히 일치하며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는 시랍니다.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아래 시도 첫 연과 마지막 연이 유사한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수미상관이 드러난 작품을 직접 읽어보니,

수미상관이 무엇인지 감이 오시나요?

 

만약 시를 읽으면서도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수미상관 구조의 짧은 시를 직접 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급하게 시 한 편 지어보았습니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을 유사하게 만드느라,

시의 내용이 좀 엉성하긴 하지만요~

 

 

무제  -블로그 주인-


내가 잃었던 것,
이십 년 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었지.

바람이 몰고 온 먼지,
타버린 재,
닳은 옷에서 떨어진 보푸라기.
쌓이고 쌓이는 동안

섧게 반짝이던 그것은,
내 마음 한 켠에서
어떻게
숨을 고르고 있었던 걸까?

내가 잃었던 것,
이십 년 뒤에야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찾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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