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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 정약용 '수오재기' 내용 정리 본문
<내용 학습> 「수오재기」는 정약용이 유배 생활 중에 쓴 『여유당전서』에 수록된 작품. 사건이나 경험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교훈을 제시하는 한문 문학 양식인 ‘기(記)’ 형식. 맏형인 정약현이 자신의 서재에 붙인 이름인 ‘수오재’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하여 작가의 경험과 사색,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을 기록하였다. 본질적인 자아와 현상적인 자아를 구분하여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역설한 작품.
1. 작품 정리
갈래 | 고전 수필, 한문 수필, 기(記) | 성격 | 성찰적, 교훈적, 회고적, 경험적 |
주제 | ‘나’를 지키는 일의 중요성 | ||
특징 | - 사건이나 경험을 객관적으로 기록하여 교훈을 제시하는 한문 문학 양식인 ‘기(記)’의 형식을 취함. - 의문을 제기하고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구성 방식을 취함 - 현상적 자아로서의 ‘나’와 본질적 자아로서의 ‘나’를 구분하여 사용 - 예시, 인용 통해 글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높임 - 자문자답, 설의, 열거 |
2. 내용 전개 과정
기 | ➝ 유배지에서의 성찰 |
승 | ➝ | 전 | ➝ | 결 |
‘수오재’라는 큰형님의 서재 이름을 보고 의아하게 여김 <의문 제기> ➝‘나’는 나와 단단히 맺어져 서로 떠날 수 없으므로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수오재’를 이상한 이름으로 여김 |
‘나’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깨달음 ➝다른 무엇보다 가장 잃기 쉬운 것이 ‘나’(본질적 자아)임을 알게 됨 |
‘나’를 지키지 못했던 지난날의 삶을 반성함 | ‘수오’의 의미를 깨달음 <잃기 쉬우나 잃으면 안 되는 존재인 ‘나’(본질적 자아)를 지키는 일이 중요함> + 글을 수오재의 기문으로 삼고자 함 |
[작품 원문]
수오재(守吾齋), 즉 ‘나를 지키는 집’은 큰형님이 자신의 서재에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 그 이름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며, “나와 단단히 맺어져 서로 떠날 수 없기 로는 ‘나’보다 더한 게 없다. 비록 지키지 않는다 한들 ‘나’가 어디로 갈 것인가. 이상한 이름이다.” 라고 생각했다. 장기로 귀양 온 이후 나는 홀로 지내며 생각이 깊어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환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하 만물 중에 지켜야 할 것은 오직 ‘나’뿐이다. 내 밭을 지고 도망갈 사람이 있겠 는가? 그러니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집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동산의 꽃나무와 과실나무들을 뽑아 갈 수 있겠는 가? 나무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있다. 내 책을 훔쳐 가서 없애 버릴 수 있겠는가? 성현의 경전은 세상에 퍼져 물과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내 옷과 양식을 도둑질하여 나를 궁색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천하의 실이 모두 내 옷이 될 수 있고, 천하의 곡식이 모두 내 양식이 될 수 있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다 한들 하나둘에 불과할 터,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다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천하 만물 중에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유독 이 ‘나’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며 출입이 무상하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지만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 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유도하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앙으로 겁을 주면 떠나가며, 질탕한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고, 미인의 예쁜 얼굴과 요염한 자태만 보아도 떠나간다. 그런데 한번 떠나가면 돌아올 줄 몰라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천하 만물 중에 잃어버리기 쉬운 것으로는 ‘나’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러니 꽁꽁 묶고 자물쇠로 잠가 ‘나’를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나’를 허투루 간수했다가 ‘나’를 잃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과거 시험을 좋게 여겨 그 공부에 빠져 있었던 것이 10년이다. 마침내 조정의 벼슬아치가 되어 사모관대에 비단 도포를 입고 백주 도로를 미친 듯 바쁘게 돌아다니며 12년을 보냈다. 그러다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친척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한강을 건너고 문경 새재를 넘어 아득한 바닷가 대나무 숲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야 멈추게 되었다. 이때 ‘나’도 땀을 흘리고 숨을 몰아쉬며 허둥지둥 내 발뒤꿈치를 쫓아 함께 이곳에 오게 되었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가? 여우나 도깨비에게 홀려서 왔는가? 바다의 신이 불러서 왔는가? 너의 가족과 이웃이 소내에 있는데, 어째서 그 본고장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멍하니 꼼짝도 않고 돌아갈 줄을 몰랐다. 그 안색을 보니 마치 얽매인 게 있어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나’를 붙잡아 함께 머무르게 되었다. 이 무렵, 내 둘째 형님 또한 그 ‘나’를 잃고 남해의 섬으로 가셨는데, 역시 ‘나’를 붙잡아 함께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유독 내 큰형님만이 ‘나’를 잃지 않고 편안하게 수오재에 단정히 앉아 계신다. 본디부터 지키는 바가 있어 ‘나’를 잃지 않으신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큰형님이 자신의 서재 이름을 ‘수오’라고 붙이신 까닭일 것이다. 일찍이 큰형님이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나의 자(字)를 태현이라고 하셨다. 나는 홀로 나의 태현을 지키려고 서재 이름을 ‘수오’라고 하였다.” 이는 그 이름 지은 뜻을 말씀하신 것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무엇을 지키는 것이 큰일인가? 자신을 지키는 것이 큰일이다.”라고 하셨는데, 참되도다, 그 말씀이여! 드디어 내 생각을 써서 큰형님께 보여 드리고 수오재의 기문으로 삼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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