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곡우 총정리 (곡우 유래, 곡우 풍습, 속신, 곡우 속담, 곡우 음식)

절기는 태양의 황도에 따라 24개의 기준점으로 계절을 나눈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각 계절마다 6개의 절기가 있으며, 절기는 보통 15일마다 한 번씩 있게 됩니다. 이런 절기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경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답니다.

 

곡우의 유래

곡우는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로, 태양이 황경 30도에 이르는 때입니다. 음력으로는 3월 중순경, 양력으로는 4월 20일 또는 4월 21일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곡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곡우란,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인데, 이렇듯 곡우는 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절기랍니다. 

왜냐하면 곡우 무렵에는 못자리를 만드는 등의 농사일을 해야 하는데, 못자리에서 모를 기를 때는 모판의 물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곡우에 비가 잘 내려줘서 물이 충분히 있어야 못자리도 잘 만들 수가 있는 것이죠.

 

곡우의 풍습 / 곡우의 속신

곡우에는 물이나 농사일과 관련된 풍속이나 속신이 많습니다.

1. 못자리 만들기

곡우가 되면 못자리를 만드는 농사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못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볍씨를 물에 담가서 싹을 틔우고 가래질과 못자리를 장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우리 조상들은 곡우 전후로 볍씨를 물에 담그고 그 위에 솔가지를 덮어 소중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런 다음 부정한 사람에게는 물에 담근 볍씨를 보여주지도 않고, 만지지도 못 하게 했답니다. 곡우에 못자리를 잘 만들어야 1년 농사가 차질 없이 잘 되기 때문이었죠.

이렇듯 곡우는 우리 조상들에게 매우 중요한 절기였는데, 이 때문에 '곡우가 되면 죄인도 잡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답니다.

 

2. 곡우물 마시기

곡우가 되면 우리 조상들은 곡우물을 마시러 갔습니다.

곡우물이란, 거자수라고도 하며 자작나무, 박달나무, 산다래 등에서 얻은 물입니다.

곡우가 되면 나무에도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인데, 나무에 작은 상처를 내고 통을 매달아 놓으면 나무의 수액이 통에 담깁니다.

우리 조상들은 곡우물을 마시면 위장병, 신경통, 신병을 앓는 사람에게 좋다고 여겼습니다.

 

3. 경기도 평창의 곡우 풍습

경기도 평창에서는 곡우날 사시(巳時 : 오전 9시 ~ 11시)를 피해 볍씨를 담그게 했습니다. 사시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 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또한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렸습니다.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까봐,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4. 전북 익산의 곡우 풍습

전북 익산에서는 곡우 때 씨나락(찹쌀벼)을 담고 솔가지로 덮어놓습니다. 초상집이라든가 궂은 일이 생긴 집에 다녀오면 문 밖에서 귀신이 도망가라고 불을 놓고 들어옵니다.

 

5. 충남 보령의 곡우 풍습

충남 보령에서는 곡우낙종이라 하여 곡우에 볍씨를 논에 뿌렸습니다. 볍씨를 담은 가마니에는 물을 줄 때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게 볍씨 위에 솔가지를 덮어두었습니다.

 

6. 충남의 곡우 풍습

곡우 무렵,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의 격열비열도(格列飛列島)까지 올라옵니다. 그래서 곡우 무렵이면 서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힙니다. 이때 잡은 조기를 ‘곡우살조기’, ‘오사리조기’라고 한답니다. 크지는 않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서 최상품으로 여겨졌습니다.

 

7. 영광 법성포 곡우 풍습

영광 법성포에서는 곡우에 조기 산신제를 올렸던 풍습이 있습니다. 전남 영광에서는 한식사리, 입하사리 때보다 곡우사리 때에 잡히는 조기가 알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칩니다.

 

8. 북한 용흥강 곡우 풍습

북한에서는 곡우 무렵이면 용흥강으로 숭어떼가 올라옵니다. 살진 숭어가 산란기가 되어 올라오는데, 강변에 모인 사람들은 어부가 잡은 생선으로 회, 찌개를 만들어 술과 함께 마시며 하루를 즐깁니다. 이때 강변 사람들은 물고기가 오르는 조만(早晩)을 보고 그 해 절기의 이르고 늦은 것을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9. 경북 지역 곡우 풍습

경북 지역에서는 곡우에 부정한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문에 들어가기 전에도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곡우에는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부부가 함께 있으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곡우에 무명을 갈거나 물을 맞기도 하는데,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르며 신경통이 낫는다고 여겼습니다.

 

10. 경북 구미 곡우 풍습

경북 구미에서는 곡우에 목화씨를 뿌릴 때 찰밥을 해먹었습니다.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기라고 찰밥을 지어먹은 것입니다. 그리고 새를 쫓는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기도 했습니다.

 

11. 기타 곡우 속신

곡우에는 주로 날씨를 보고, 그 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쳤습니다.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되고, 비가 적게 오면 흉년이 든다고 점을 쳤습니다.

-곡우에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곡우의 속담

 “곡우에는 못자리를 해야 한다.”

곡우 무렵이면 농번기에 접어들어 농사일을 서둘렀습니다. 곡우에는 주로 가래질, 논둑 다지기, 논갈이, 못자리 만들기 등의 농사일을 했습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농경 사회에서는 곡우 무렵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고, 싹을 틔우는 등의 일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곡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러한 농사 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곡우에 비가 내려야 못자리도 잘 할 수 있고, 못 자리가 잘 되어야 가을에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조기는 산란할 때와 산란을 마쳤을 때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곡우 무렵이 되면 영광 칠산 바다에서는 ‘부욱부욱’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정약전도 ‘자산어보(1814년)’에서 조기 울음소리가 한양까지 들렸다고 기록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광에서는 ‘조기 떼 우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곡우에 먹는 음식

우전차

곡우 무렵은 어린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어린 찻잎을 우린 차가, 우전차입니다. 어린 찻잎은 순이 어려서 맛이 순하고 향긋하지만 양이 적어서 매우 귀하기도 합니다. 

우전차는 다산 정약용이 즐겨마시던 차로도 유명한데요, 다산이 유배 생활 초기 고성사의 스님에게서 우전차를 얻어 마시고 차맛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물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곡우에는 나물 음식을 해먹었습니다.

조기

곡우 무렵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조기를 먹었습니다. 조기가 많이 잡히는 영광 지역에서는 이 시기에 맞춰 축제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24절기 중 하나인 곡우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곡우의 유래, 곡우의 풍습, 곡우의 속신, 곡우의 속담, 곡우의 음식에는 비가 잘 내려 농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우리 조상들의 한결 같은 마음이 담긴 것 같네요.

 

올해의 곡우에는,

고운 봄비가 촉촉하게 내려

대지와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우리의 마음이

풍성해지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곡우와 관련된 한시를

두 수 올려봅니다.

오늘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곡우(穀雨)  -조용욱

 

穀雨作農初(곡우작농초) 곡우 농사 시작되네

 

田夫頗野居(전부파야거) 농부 들에 살겠네

 

後塘留滿水(후당류만수) 뒷 못 물이 찼던가

 

前圃理頻鋤(전만리빈서) 앞들 자주 손 가네

 

烟淡日遲故(연담일지고) 연기 뿌해 해 길어져

 

草肥春煦餘(초비춘후여) 풀이 짙고 날은 따뜻해

 

沛然消旱洽(패연소한흡) 가뭄 적셔 사라져

 

庄老乃眉舒(장로내미서) 농막 노인 상 펴네

 

 김종직, <문전양류>

봄바람 분 뒤에 살랑대는 가는 실

곡우 지나자 흩날리는 버들개지

가녀린 허리는 이별의 한 돋우고

이슬 맺힌 잎새는 눈썹처럼 보이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