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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 유일한 백제의 노래

별뜨락 2019. 5. 24. 10:17

요즘 같은 시대엔 가족의 귀가가 늦어지면, 어떻게 하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면 되겠죠?

“OO, 지금 어디야? 연락도 없이 왜 이렇게 늦어?”

하지만 핸드폰은커녕, 개인 간의 어떠한 통신수단도 없었던 옛날에는 어떻게 했을까요?

궁금하고 답답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정읍사의 작자인 어느 행상인의 아내. 그 아내는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무작정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남편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달님에게 전하는 아내입니다.

그러면 행상인의 아내는 달님을 향해 어떻게 기원을 했는지 살펴볼게요.





 정읍사


(1) 하 노피곰 도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2)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3)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점그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 해석>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멀리 비춰주소서.

시장에 가 계시는지요.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느 곳에나 놓으십시오.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정읍사를 읽는 내내 아내의 간곡한 심정이 느껴지시나요? 아마도 정읍사와 함께 전해지는 배경설화를 알고 나면, ‘정읍사가 더욱 애처롭게 느껴지실 거예요.


정읍사 배경설화

정읍사의 배경설화는 망부석 설화예요.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먼 곳을 바라보던 아내.  백제의 정읍에 살던 행상인의 아내는, 달이 밝게 빛나서 남편이 무사하기만을 빌고 있어요. 정읍사를 읽는 내내 아내의 간곡한 심정이 느껴지시나요? 아내는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를 입지 않도록 염원하면서 '정읍사'를 불렀고, 끝내 망부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읍사 해설

 정읍은 백제에 속한 고을로, ‘정읍사현재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의 시가입니다. 특히 정읍사는 공무도하가’, ‘황조가등과 같이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던 걸 의역한 게 아니라, 국문으로 표기되어 전해지는 시가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국문으로 된 가장 오래된 노래인 거죠.

 

 정읍사의 1) 남편의 귀가길 2) 아내의 마중길 3) 부부의 인생에서 어둠을 물리치는 광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달과 대조적인 의미로 쓰인 시어이죠.

 

3 정읍사에는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라는 여음구가 반복되는데요, 이러한 여음구는 고려가요에 여음구가 있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4 정읍사에서 여음구를 제외해볼게요.

하 노피곰 도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져재 녀러신고요 즌 드욜셰라

어느이다 노코시라 내 가논 점그셰라


여음구를 제외하고 나니, 어디서 많이 보았던 형태가 떠오르지 않으세요?

맞아요. 36구 형식의 시조이죠. ‘정읍사여음구만 빼면 시조의 형태와 매우 닮아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정읍사를 시조의 기원으로 보기도 한답니다.

 

지금까지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의 노래인 정읍사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백제의 시가, 정읍사를 통해 순박한 여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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