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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가> 황조가에 나타난 유리왕의 속사정

별뜨락 2019. 5. 22. 21:29

고구려의 시조왕인 주몽 아시죠? 황조가는 주몽의 맏아들인 유리왕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시가입니다.

아버지 없이 자라던 유리왕이 나중에 주몽을 찾아가서 왕이 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그런 유리왕은 결혼한 이듬해에 부인과 사별을 했고, 그 뒤로 화희치희라는 두 여자를 계비로 맞았습니다. 화희는 막강한 힘을 지닌 고구려 귀족의 딸이었고요, 치희는 한인의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화희와 치희는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다툼이 많다보니 함께 살지 못하고 궁전을 따로 지어 살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리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화희와 치희가 싸움을 벌였는데, 그때 고구려 귀족 딸이었던 화희가 치희에게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너는 한가의 비첩으로 무례함이 어찌 그렇게 심한가?”

그 말을 들은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리왕은 말을 달려 따라갔으나, 끝내 치희는 노여워하면서 돌아오지 않은 거죠. 결국 유리왕은 치희를 잃고 허탈에 빠져버렸답니다. 그러던 참에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던 유리왕의 눈앞에 꾀꼬리들이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앞에서 정답게 노닐고 있는 꾀꼬리들을 보자, 유리왕은 헤어진 치희와가 떠올라 뼈저리는 고독감에 빠지게 된 것이죠.

황조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나니, 황조가의 주요 정서가 이해되죠?

그럼 황조가 원문을 한 번 살펴볼게요.

 

황조가


翩翩黃鳥(편편황조)    펄펄 나는 꾀꼬리는

雌雄相依(자웅상의)    쌍쌍이 즐기는데

念我之獨(염아지독)    외로운 이내 몸은

誰其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황조가는 임을 떠나보내는 이별을 한을 형상화한 시가로 매우 짧지만, 시상과 구조가 매우 짜임새가 있어요. 1행과 2행에서는 꾀꼬리의 정다움을 나타내었고, 3행과 4행에서는 꾀꼬리와 대비되는 자신의 외로움을 나타낸 것이죠.

그런데 삼국사기에 의하면 유리왕 때, 나라 안팎으로 우환이 많았다고 해요. 그런 상태에서 사랑하는 연인마저 잃게 된 유리왕의 심정이, ‘황조가에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네요.

 

황조가의 의의

 황조가는 공무도하가와 함께 현전하는 최고(가장 오래된) 개인 서정시입니다.

이를 통해 이 시기 고대 시가의 흐름이 집단적 서사 문학에서 개인적 서정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개인의 감정을 그냥 말하지 않고, 꾀꼬리라는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움과 외로움의 정서는 고려속요 가시리’,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져 우리 시가의 전통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황조가에 대한 또 다른 해석

황조가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1) 황조가를 유리왕이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노래를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2) 떠나간 연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종족간의 다툼을 화해시키려다가 실패한 추장의 탄식이라는 것,

3) 제례 의식을 행할 때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불려진 사랑가의 한 소절이라는 것.

 

지금까지 황조가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황조가를 통해서 왕이나 절대 군주로서의 유리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유리왕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고,

고대든 현대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느끼고 표현되는 감정은 유사하다는 걸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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