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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동백꽃, 설레임과 웃음 가득한 로코물

별뜨락 2019. 1. 26. 23:23

김유정의 소설인 봄봄과 동백꽃은 지금으로 따지자면 로코물입니다.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펼쳐지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과의 로맨스 코미디인 것입니다. 그 안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파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설레임이 가득 차게 됩니다.

하지만 김유정의 동백꽃하면, 교과서에 나온 딱딱한 문학 작품이라는 편견으로 제대로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김유정의 동백꽃이 원래 가지고 있는 로코물 같은 재미 포인트를 중심으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과연 김유정이란 어떤 인물일까요?

동백꽃에 대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작가인 김유정에 대해 소개합니다. 나이가 어리신 분일수록 김유정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영화배우 김유정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펴볼 작가 김유정은 영화배우 김유정과 동명이인입니다. 하지만 영화배우 김유정보다 101년 더 일찍 태어났으며 1933년 단편 산골 나그네를 시작으로 3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한 우리나라의 대표 소설가이랍니다.

그런데 작가 김유정의 삶은 참으로 기구했습니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고 안쓰럽기만 합니다.

김유정이 태어날 당시만 해도 김유정의 집안은 천석지기 지주였습니다. 또 서울에도 백 여 칸 이나 되는 집이 있었습니다. 천석지기는 지금으로 따져볼 때 10만평 정도의 땅입니다. 그 당시는 농업이 주요 생산수단이었기에, 천석지기였던 김유정의 집은 엄청나게 부유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유정은 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세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거기에다가 김유정의 큰 형이 방탕하게 생활을 하면서 남은 재산을 탕진해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김유정은 연희전문학교를 중단하게 됩니다.

갑자기 부모님과 이별하고, 가세까지 기울지며 학교를 그만둔 김유정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오랫동안 말더듬이 증상을 보였습니다.

학교를 그만둔 전후로 해서 김유정은 사랑마저 실패합니다. 자신보다 연상이고 기생이었던 박녹주가 김유정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였습니다. 김유정은 애절한 편지를 보내고 찾아가기도 했지만 박녹주는 김유정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김유정은 마치 스토커와 같이 그녀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혈서로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녹주는 그런 김유정의 사랑을 끝끝내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박녹주를 향한 그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자, 김유정은 춘천으로 내려가 들병장수(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들과 무절제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유정은 심한 폐결핵을 앓게 됩니다.

그러다가 김유정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가 된 박봉자라는 여성이 김유정의 마음속에 들어온 것입니다. 김유정은 박봉자에게 서른 통이나 되는 편지를 혈서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편지는 오빠에 의해 뜯겨진 채로 박봉자에게 전달도었고, 결국 박봉자는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하게 됩니다.

박봉자에 대한 마음을 접고 난 다음해에, 김유정은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폐결핵이 걸렸는데도, 작품 활동에 몰입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작가 채만식은 이렇게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소설이라는 것을 썼다. 소설이라는 독약! 어떤 노력보다도 더 많이 몸이 지치는 소설 쓰기. 폐결핵 3기를 앓았던 사람이 소설을 쓰다니. 의사가 안다면 기색을 할 일이다. 유정도 그것이 얼만 병에 해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창작욕도 아니요, 자포자기도 아니었다. 유정은 단지 원고료의 수입 때문에 소설을 쓰고 수필을 썼던 것이다.”

 

그의 삶이 매우 비참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들에게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재미있는 작품을 남겨주었습니다.

 

동백꽃, 터져나오는 웃음과 설레임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은 소작인의 아들이고 여자 주인공은 지주의 딸입니다. 요즘 말로 남자는 흙수저이고 여자는 금수저인데, 두 집안은 땅을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여자 주인공이 심술을 부리며, 남자 주인공네 수탉을 마구 쫍니다. 도대체 마름집 딸 점순이는 왜 그런 것일까요? 남자 주인공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합니다. 여자 주인공은 그냥 못된 심술쟁이일까요?

남자 주인공은 점순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나름대로의 추리를 해봅니다.

나흘 전 점순이가 구운 감자를 내밀기에 자존심이 상해서 거절했을 뿐인데, 그 이후로 점순이가 나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여기서 뭔가 감이 옵니다. 점순이가 왜 구운 감자를 주려고 했을까요? 남자 주인공이 마음에 있으니까 감자를 준 것입니다. 그런데 순진한 것인지 어리숙한 것인지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의 마음도 모르고 감자를 거절합니다.

그러자 센언니였던 점순이는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하여, 닭싸움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은 절대 점순이의 마음을 모릅니다. 그러면서 닭싸움에서 점순이네 닭에게 이기려고 기막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점순네 수탉을 이기고 싶은 생각에...”

남자 주인공이 해낸 생각은 이것입니다.

나는 점순네 수탉을 이기고 싶은 생각에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였다.”

, 그 결과는 좋았을까요?

나는 점순네 수탉을 이기고 싶은 생각에 닭에게 고추장까지 먹였다가 닭을 죽일 뻔하기도 하였다.”

역시 어리숙한 남자 주인공입니다.

 

그러다가 남자 주인공은 점순이가 자신의 닭을 붙들어놓고 패고 있는 걸 목격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불호령을 하자 점순이는 더럽다며 닭을 내팽겨치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그러자 순진하기만 하던 남자 주인공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릅니다. 남자 주인공은 화가 나서 점순인 닭을 때려 죽입니다.

정말 살벌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남자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닭이 죽으니까 남자 주인공은 그제야 점순네 마름으로 사는 나의 처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농사 짓는 데에서 쫓겨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어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남자 주인공의 눈물을 본 점순이는 당돌하고 영악한 모습을 보입니다. 울고 있는 남자 주인공에게 다가가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이 다음부터 안 그럴 거냐고 말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울면서 안 그러겠다고 하자, 점순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닭이 죽은 건 이르지 않겠다고요. 마치 협박과 회유를 하듯이 말입니다. 

그런 뒤 점순이는 남자 주인공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집니다. 그들이 쓰러진 곳은 산기슭에 노란 동백꽃이 소복히 깔린 곳입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순진하고 둔한 남자 주인공입니다. 그에 비해 센언니 점순이는 아주 당돌하고 영악합니다.

이렇듯 김유정의 동백꽃에서는 서로 다른 두 남녀 주인공의 행동이 맞물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는 로코물과 같은 재미와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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