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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속의 소녀, 빨강머리 앤 본문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으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어릴 적 즐겨보던 ‘빨강머리 앤’이라는 애니메이션인데요, 30년이나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 어린 소녀가 저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시절 저는,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 빨강머리 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습니다. 아마 저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빨강머리 앤’은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발령 받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제 자리에 있던 컴퓨터 바탕 화면에다가 빨강머리 앤 그림을 깔아놓았습니다. 그때부터 지나가던 여자 선생님들은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을 소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교무실에 있는 컴퓨터 바탕에는 빨강머리 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답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빨강머리 앤은, 1908년에 발표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빨강머리앤’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s입니다. 몽고메리의 작품은 발표된 이후로 36 개국에서 번역되었고, 전 세계에서 5천만부 이상 발행되어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년부터 1942년)
몽고메리는 캐나다의 여류 아동 문학가입니다. 캐나다 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나 2세에 어머니를 잃은 그녀를 조부모님께서 양육해 주셨습니다.
몽고메리는 직물 교육, 교사, 지역 신문의 편집부 등 단기간 근무 경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1908년 빨강머리 앤을 비롯하여, 독특하고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활약하는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등장인물
앤 셜리
공상과 수다를 좋아하는 앤은 11살 소녀입니다. 빨간 머리를 한 앤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검고 체형은 통통한 공주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앤의 바람과는 달리,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부모님을 잃고 지인의 집을 전전하다가 고아원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고아원에 있을 때 나이가 든 마릴라와 매튜 남매에게 거두어져 그린 게이블스로 옮겨갑니다.
마릴라
그린 게이블스에 매튜와 함께 사는 늙은 여동생입니다. 조금 까다롭고 딱딱한 구석이 있어서 결혼도 하지 않고 매튜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상과 수다가 많은 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앤의 매력에 끌려갑니다.
레이첼
그린 게이블스 근처에 사는 부인으로 체중이 200 파운드나 나갑니다. 그녀는 마릴라의 이야기 친구입니다. 매튜는 그녀를 보면서 참견 잘 하고 수다 많을 아줌마라고 합니다. 열명의 아이를 키운 것이 그녀의 자랑거리입니다.
다이애나
그린 게이블스 건너편 언덕에 사는 앤의 동갑 친구입니다. 검은 머리에다가 통통한 체형이며 뺨에서 장밋빛이 나는 아주 예쁜 아이입니다. 앤은 다이애나와 만나자마자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았습니다.
길버트
앤과는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친구입니다. 앤과 학년은 같지만 세 살이 많습니다.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어느 날 장난기 많은 길버트가 앤을 보고 ‘홍당무’라고 놀리면서 앤과는 사이가 안 좋아집니다. 공부면에서도 앤과 길버트는 라이벌 관계가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친하게 되고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우리들 마음속의 빨강머리앤
‘빨강머리 앤’은 고아 소녀 앤이 에드워드 섬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에드워드 섬은 맑은 공기, 빛나는 호수, 때 묻지 않은 캐나다의 섬입니다.
그런데 앤이 에드워드 섬에 사는 마릴라, 매튜 남매의 집에 오게 된 건 ‘착오’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마릴라와 매튜 남매는 농장의 일손이 필요해서 고아원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게이블스에 도착한 건 여자 아이였던 앤이었습니다. 앤은 붉은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였습니다.
남매는 공상이 많고 수다스러운 여자 아이를 보고 당황했지만, 상상력의 날개를 펴고 주의를 밝게 만드는 앤에게 금방 빠져버리고 맙니다. 결국 남매는 앤을 자신들의 집에서 살게 합니다.
그 뒤로 앤은 새로운 마을에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킵니다. 그러는 가운데 친구인 다이애나와 우정을 쌓아가고, 잘 생긴 길버트와 옥신각신하다가 친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앤은 크게 성장을 해내갑니다.
앤이 등장한 뒤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변했습니다. 그녀의 상상력과 밝은 천성에 사람들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은 마음이 젊어지고 생활에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결국 앤은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원이 됩니다.
‘빨강머리 앤’을 통해 인간에게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도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또 앤의 성장을 통해 가족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인물들이 심리가 묘사되는 것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110년도 더 지난 작품은, 지금의 우리 마음속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아동문학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빨강머리 앤의 배경
작품은 1908년 캐나다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캐나다는 독립 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투쟁을 했습니다. 따라서 그러한 캐다다의 시대적 상황이 빨강머리 앤에도 녹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몽고메리의 손녀, 할머니 몽고메리에 대해 말하다.
케이트 맥도날드 버틀러는 몽고메리의 손녀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버틀러 아버지의 할머니가 몽고메리라고 합니다. 몽고메리의 손녀는 ‘빨강머리 앤’ 영화의 제작 총지휘를 맡기도 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녀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몽고메리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몽고메리는 목사의 아내였습니다. 개구지고 거친 두 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지역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많았습니다. 매일 정원 손질, 요리와 바느질, 사진을 찍었습니다. 재능이 넘치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기에, 그녀는 모든 일을 잘 해냈습니다.
100여 년 전, 여성이 책을 쓰면 일반적으로 필명을 사용했지만, 그녀는 당당히 본명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작가의 지위를 확립해나간 것입니다. 손녀인 버틀러는, 그런 몽고메리를 ‘시대에 앞선 매우 야심찬 여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손녀인 버틀러는 ‘빨강 머리 앤’을 무수히 반복해서 읽었다고 합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서 진정한 의미를 느낀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마 지금의 독자 중에도 손녀, 버틀러만큼이나 ‘빨강 머리 앤’을 수없이 읽은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밝은 에너지 가득한 빨강 머리 앤은 한 번 만나면, 그 누구라도 계속해서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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