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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별똥이 떨어진 곳

별뜨락 2019. 4. 2. 07:18

별똥이 떨어진 곳   

-정지용-



밤뒤를 보며(밤에 대변 보는 일) 쪼그리고 앉었으려면, 앞집 감나무 위에 까치 둥우리가 무섭고, 제 그림자가 움직여도 무서웠다. 퍽 추운 밤이었다. 할머니만 자꾸 부르고, 할머니가 자꾸 대답하시어야 하였고, 할머니가 딴 데를 보시지나 아니하시나 하고, 걱정이었다.

아이들 밤뒤 보는 데는 닭 보고 묵은세배를 하면 낫는다고, 닭보고 절을 하라고 하시었다. 그렇게 괴로운 일도 아니었고, 부끄러워 참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둥우리 안에 닭도 절을 받고, 꼬르르 꼬르르 하였다. 

별똥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별똥을 주워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날 밤에도 별똥이 찌익 화살처럼 떨어졌었다. 아저씨가 한번 메추라기를 산 채로 훔켜잡아(손가락을 안으로 구부리어 매우 세게 잡다) 온, 뒷산 솔 포대기 속으로 분명 바로 떨어졌었다.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 보려

벼르고 벼르다

인젠 다 자랐소.


생각해 보면, 제가 어렸을 땐 별 게 다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별똥별이 어디에 떨어졌을까? 

어릴 적 동생들과 밤하늘 아래 앉아 별별 궁금증을 쏟아냈던 게 떠오르네요. 

그때 정지용의 '별똥이 떨어진 곳' 같은 마음은 참 흔했었죠.

다 자란 지금, '별똥별의 최후'는 마음으로 품는 게 아니고, 

이성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걸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린 시절 품었던 마음이 살아있어서,

요즘도 유성우 예보가 있는 밤이면,

우리 아이들 데리고 밤하늘 아래 거리를 서성이고 다닌답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카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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