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네 집

초등학교 저학년 창작동화- 1,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입니다. 본문

이카네 문화산책

초등학교 저학년 창작동화- 1,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입니다.

별뜨락 2019. 4. 24. 20:30

안녕하세요. 오늘은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읽기 수준에 알맞은 동화 한 편 소개해 드려요. 

'이카네 집'이 창작한 동화인데요, 제목은 <짜증 개구리>랍니다. 

아이들이 짜증(혹은 좋지 않은 마음)의 감정을 풀지 않은 채, 그것을 꾹꾹 마음 속에 눌러놓기만 하면,

결국 그 짜증은 폭발할 지경에 이르게 되고 말죠.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마음, 속상했던 마음, 짜증나는 마음이 쌓이고 쌓여 곤란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우리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짜증 개구리


 

양치질을 하려다가 승아는 깜짝 놀랐어요.

개굴개굴.”

승아의 입 속에 개구리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손톱만 한 개구리였어요. 개구리는 울 때마다 온몸이 울긋불긋해졌지요. 그걸 본 승아는 으악소리를 질렀어요.

그 소리를 듣고 엄마가 달려왔어요.

승아야, 무슨 일이야?”

그때 승아는 생각했어요.

내 입 속에 개구리가 있다는 걸 알면, 나를 징그럽다고 할지도 몰라.’

승아는 입을 꾹 다문 채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어요. 그런 다음 입을 아주 조금만 벌려서 우물우물 말했지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얼른 준비 할게요.”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어요. 승아의 오른쪽 뺨이 볼록하게 솟아 있었거든요. 하지만 승아 입속에 개구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엄마는 승아가 양칫물을 입에 물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 학교 늦지 않게 서둘러야지.”

엄마가 말하자 승아는 고개만 끄덕였어요. 개구리가 튀어나오지 않게 입을 꽉 다물고서 말이에요.

학교에 가는데 개구리가 입 안에서 자꾸만 꿈틀거렸어요. 승아는 입안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요.

개구리라면 딱 질색인데, 이걸 어떡하면 좋아.’

승아는 개구리를 빼내고 싶었어요.

톡톡

처음엔 두 뺨을 살짝 두드려보았어요. 하지만 어림도 없었지요. 뺨에 찰싹 달라붙은 개구리가 꼼짝도 하지 않았거든요.

탁탁

다음번엔 좀 더 세게 뺨을 두드려보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개구리는 입안에 더 달라붙었답니다.

학교에 가까워지자 승아는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요.

친구들한테 개구리를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승아는 학교 담벼락 앞에서 입을 모았어요. 그런 다음 퉤퉤 하면서 개구리를 뱉어보았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입안의 개구리는 나오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승아는 괴로웠어요. 선생님한테 인사도 안 하고, 친구들이 옆에 오면 도망을 쳤지요. 그런 승아는 짜증이 잔뜩 나서 입이 부루퉁하게 나온 것처럼 보였어요. 사실은 개구리 때문에 입이 불룩해진 건데 말이에요.

 

학교가 끝나고 승아는 동물병원에 들렀어요.

제 입 속에 개구리가 있어요. 제발 개구리 좀 꺼내주세요.”

승아는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어요.

개구리라고?”

수의사 선생님은 건성으로 대답했어요. 승아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서였지요.

.”

승아는 입을 크게 벌렸어요.

아니, 세상에! 정말로 입 속에 개구리가 있구나!”

수의사 선생님의 두 눈이 동그랗게 되었답니다.

승아는 입을 크게 벌린 채 고개를 끄덕였어요.

도대체 언제부터 개구리가 네 입 속에 있었던 거니?”

수의사 선생님이 물었어요.

오늘 아침이요.”

수의사 선생님은 손전등으로 개구리를 비췄어요.

자고 일어났더니 개구리가 생겼다고?”

그런데 갑자기 승아는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생각해 보니까 어제도 개구리 소리가 난 거 같아요.”

어제부터라고?”

.”

도현이가 지우개를 빌려주지 않았을 때 처음으로 소리가 났어요.”

도현이는 승아의 짝이었어요. 툭하면 승아 물건을 맘대로 갖다 썼지요. 그런데도 승아에게는 절대로 자기 물건을 안 빌려줬어요.

맞다! 점심시간에도 소리가 났어요.”

승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요.

이상하게 깍두기를 삼키는 게 힘들었어요. 생각해보니까 개구리가 입안에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게 다 개구리 때문이었는데…….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시고 왜 급식을 안 먹느냐고 하셨어요.”

갑자기 수의사 아저씨가 무릎을 탁 쳤어요.

바로 그거였어! 짜증 개구리!”

짜증 개구리라고요?”

그래, 어서 서두르자. 짜증 개구리는 네가 짜증이 날 때마다 점점 더 커지거든.”

수의사 아저씨는 작은 거름망을 개구리 위에 덮었어요.

내가 거름망을 잡아당길게!”

수의사 아저씨가 거름망을 힘껏 잡아 당겼어요. 그때였어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개구리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낸 소리 중 가장 큰 소리였지요.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울긋불긋해진 개구리는 몸집도 점점 커졌어요.

결국 수의사 아저씨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지요.

정말 지독한 개구리구나. 미안하다. 못 꺼내줘서.”

승아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날이었어요. 개구리는 더 커졌고 덩달아 승아의 뺨도 더 불룩해졌어요. 교실에 앉은 승아는 고개를 푹 숙였답니다.

개구리를 들킬 거라고 생각만 해도 끔찍해!’

수업 시간에는 노래를 불렀어요. 하지만 승아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요. 입을 벌렸다가 개구리를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거든요.

친구들의 노랫소리가 교실을 쩌렁쩌렁 울릴 때였어요. 도현이가 승아 필통을 허락도 없이 가져가는 거예요. 도현이는 승아 필통에서 지우개를 쓱 꺼냈어요.

그 순간 승아는 짜증이 났어요.

어떡하지? 짜증이 나잖아!’

승아는 발을 동동 굴렀어요.

짜증이 나면 개구리가 더 커질 텐데……. 그러면 아이들이 내 입속의 개구리를 다 알게 되겠지?’

승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어요. 다행히 개구리가 더 커지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승아 앞에 와 있는 거예요.

승아야, 왜 노래는 안 하고, 짝만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니?”

선생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승아의 입에서 개구리가 울었어요.

개굴개굴 개굴개굴.”

승아는 개구리보다 더 큰 소리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개구리 소리를 못 듣게 하려고 그런 거였어요.

도현이는 계속 맘대로 제 물건을 가져가요. 자기 물건은 빌려주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또 선생님께서도 자꾸만 저를 오해하시잖아요.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나서 입속에 징그러운 것도 생겼단 말이에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요? 승아가 큰 소리로 말을 하니까 짜증 개구리가 점점 작아졌어요. 손바닥만 한 개구리가 손톱만 해지더니 나중에는 점만 해졌지요. 불룩하던 뺨도 쏙 들어갔어요.

승아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이런 말 하고 싶어도, 입이 안 떨어졌는데…….’

승아야, 네가 그런 줄 몰랐어. 미안해.”

승아는 도현이가 조그맣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선생님이 오해를 해서 승아가 속상했구나.”

선생님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교실에서는 다시 우렁찬 노랫소리가 시작되었어요. 승아도 입을 크게 벌리며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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