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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변화무쌍한 입체적 캐릭터 본문

그리스로마신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제우스, 변화무쌍한 입체적 캐릭터

별뜨락 2019. 1. 5. 22:08

그리스로마신화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해 로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신화라는 장르로 접근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스로마신화는 그 시대의 엔터테인먼트였던 것입니다. 요즘 우리가 영화, 드라마, 책 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적 여흥거리를 만들어내듯이, 고대 사람들은 그리스로마신화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흥거리를 삼았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로마신화에는 SF, 로맨스, 드라마, 액션, 호러 등의 모든 장르가 섞여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로 여러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했던 그리스로마신화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어 줍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그리스의 가장 높은 산인 올림포스 산에 살고 있습니다. 신들은 모두 12명인데, 이들이 초월적 능력을 지녔다는 점은 인간과 다르지만,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은 인간처럼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를 느끼며 슬퍼하거나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고 인간들의 일에 참견하기도 좋아합니다. 신들의 캐릭터가 이렇다 보니,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제우스의 이야기부터 꺼내야겠습니다.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며, 신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우스가 사용하는 무기는 천둥과 번개인데, 제우스는 번개를 던져 사람들을 벌주기도 합니다.

이런 제우스에게도 왕이 되기까지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절대적인 신으로 있었던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제우스가 왕이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우스의 탄생

태초의 세상은 혼돈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신들이 활약을 시작하면서 땅, 바다, 하늘이 나누어졌습니다. 그 후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로부터 크로노스, 레아, 케아노스, 히페리온, 이아페토스 등의 티탄(거인 신)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왕이 된 우라노스는 자식들이 태어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로부터 권력을 빼아길까 봐, 자식들이 태어나자마자 타르타로스(지하 감옥)에 넣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우라노스를 물리친 것은 막내였던 크로노스였습니다. 이후 크로노스는 왕이 되어 천지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입니까? 크로노스 역시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부모였던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예언은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예언으로 말미암아 크로노스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예언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의 지위를 박탈했다. 결국 너 자신도 같은 운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아내인 레아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자신의 아이를 삼켜버렸습니다. 이에 깊은 슬픔을 느낀 레아는 여섯 번째 아이만은 그와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어이 레아는 여섯 번째 낳은 아이를 몰래 숨기고, 크로노스에게는 아이 대신 큰 돌을 삼키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목숨을 건진 여섯 번째 아이가 바로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크레타의 산에 있는 동굴에서 염소 우유를 마시고 자랐습니다.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제우스는 형제 자매를 삼켰던 아버지 크로노스에게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마침내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약을 먹여 크로노스가 삼켰던 제우스의 형제 자매를 토하게 했습니다. 그 뒤로 제우스는 형제, 자매들과 함께 크로로스의 거신 족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이나 계속된 전투 끝에 승리를 이루어낸 제우스는 새로운 왕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우스의 형제, 자매는 각각의 분야에서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이면서 하늘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헤스티아는 부뚜막의 여신이 되었고, 데메테르는 농업과 풍요의 여신이 되었습니다. 또 하데스는 저승의 신이 되었으며,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이 되었습니다.

 

제우스라는 캐릭터

이렇게 해서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신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자유분방하고 비도덕적이기까지 한 제우스의 이야기는 그 어느 로맨스와 드라마의 등장인물에 못지않은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람둥이이자, 찌질이이며, 아내 앞에서는 소심하다가도, 대중들을 향해서는 버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입체적 캐릭터입니다. 여신, 요정, 인간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면서 자신의 아이를 낳게 하는 제우스가 희대의 바람둥이이자 찌질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인 헤라가 아무리 질투를 해도 그 버릇만은 결코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아내의 눈을 피해 소심하게도 구름을 만들어 세계를 뒤덮어 버립니다. 자신과 이오의 애정 행각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내 몰래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숨기기를 반복하는 제우스이지만, 인간들의 잘못을 보고는 버럭하며 번개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못된 짓을 하는 인간들에게 화가 나서 큰 비를 내려 인간들을 물에 잠겨버리게도 했습니다. 이럴 때 보면 참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제우스입니다.

 

그런데 제우스가 이렇게까지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했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입장도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민족 통합의 과정에서 제우스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연인과 아이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좀 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고려 태조 왕건의 혼인정책을 떠올려보아도 좋겠습니다. 태조 왕건은 평생 29명의 부인과 결혼을 했습니다. 고려 건국 이후 왕건은 후삼국과 전쟁을 벌이고, 그들을 통합을 시도해야 했습니다. 그때 왕건이 생각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혼인이었습니다. 지방의 유력 호족들과 혼인의 관계를 맺음으로서, 그들과의 강력한 동맹이 이루어졌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려의 역사는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나라들을 통합하고 하나로 유지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제우스에게 수많은 여인과 자식들을 만들어냈다는 설인 것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와 별자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영화나 영화 인물의 이름을 따서 거리나 건물에 붙이기도 합니다. 거리나 건물에 그들의 스토리를 입혀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들이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들에게 그리스로마신화의 인기 캐릭터들을 입히며, 그들의 기쁨, 슬픔, 노여움을 담아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도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선 태양계의 수성(머큐리-헤르메스), 금성(비너스-아프로디테), 화성(마르스-아레스), 목성(주피터-제우스) 등이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아는 12개의 별자리도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별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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