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네 집

금기를 깬 인물,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 본문

그리스로마신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금기를 깬 인물,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

별뜨락 2019. 1. 11. 22:14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신화, 전설, 민담에는 금기를 깬 인물들이 많습니다. 금기는 깨기 위해서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스로마신화에서의 금기도 모두 처참하게 깨어지고 맙니다. 얼마 전 포스팅에서도 금기를 깼던 판도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금기를 깼던 또 다른 인물들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에로스와 프시케

어느 나라의 임금님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셋이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막내 딸, 프시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프시케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프시케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궁전으로 몰려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점점 적어졌습니다.

이것을 지켜보던 아프로디테는 질투로 인해 화가 났습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이었던 사랑의 신, 에로스를 불렀습니다. 그런 다음 에로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습니다. 프시케가 끔찍하게 생긴 괴물과 사랑에 빠지도록 에로스의 화살을 쏘라고 말입니다


에로스는 프시케의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괴물과 사랑에 빠지게 만드려고 쏜 화살에 맞은 건, 바로 에로스였습니다. 잘못 쏘아진 화살을 맞은 에로스는 그만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프시케의 언니들은 차례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아름답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던 프시케는 단 한 번의 프로포즈도 받지 못했습니다. 프시케의 부모님은 걱정을 하면서, 아폴론의 신전으로 신하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프시케는 인간과는 결혼할 수가 없고, 산에 사는 괴물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신탁이 나왔습니다.

프시케의 부모님은 슬펐지만, 신탁을 따르기로 하고, 프시케를 산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산에는 점점 어두움이 몰려왔습니다. 산에 혼자 남겨진 프시케는 두려워 떨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프시케를 웅장한 궁전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에로스가 프시케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프시케는 주위가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프시케에게 에로스가 말했습니다. “제가 당신의 남편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나를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프시케에게 주어진 금기였습니다.

그 뒤로 프시케는 에로스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프시케는 어느 날부터 언니들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언니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였습니다. 프시케의 마음을 안 에로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서풍의 신 제피로스에게 언니를 데려오도록 해주었습니다.

프시케를 만난 언니들은 프시케의 궁전을 보고 감탄하면서 질투심이 생겼습니다. 언니들은 프시케로 하여금 남편의 정체를 밝히라고 부추겼습니다. 또 프시케의 남편은 괴물이 틀림없으니, 밤에 등불과 칼을 준비해서 확인해 보라고 꼬드겼습니다.

언니들이 돌아간 뒤 프시케의 마음에는 의심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프시케는 그날 밤 등불과 칼을 숨겨놓고 남편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밤에 나타난 남편이 잠에 들게 되자 등불을 들고 남편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프시케는 등불에 빛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의 모습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잘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프시케는 그게 바로 에로스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프시케가 들고 있던 등불에서 뜨거운 기름이 흘러내려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졌습니다. 잠에서 깬 에로스는 원망의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날개를 펴고 밤하늘로 날아가버렸습니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헤맸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프시케는 에로스의 어머니가 어떤 계략을 꾸몄었는지도 모르고, 아프로디테를 찾아갔습니다. 아프로디테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프시케에게 아프로디테는 세 가지 시험을 내주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마치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콩쥐팥쥐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계모인 팥쥐 엄마가 콩쥐에게 어려운 일들을 시키면서 콩쥐를 못살게 굴었던 것 말입니다.


첫 번째 시련은 성전의 곡물 창고에서 섞여 있는 세 가지 곡물을 분류해 놓는 것이었습니다. 산처럼 쌓여 있는 곡물 앞에서 프시케는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런 프시케에게 개미들이 나타나 밀, 보리, 완두콩을 따로따로 모아주었습니다.

두 번째 시련은 신전 앞을 흐르는 강 건너 둑으로 가서 황금 양털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신전 앞에 있던 양들은 사나운 뿔과 이빨로 악명이 높던 양들이었습니다. 양들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프시케에게 강의 신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황금 양털을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마침내 프시케는 황금 양털을 모으면서 두 번째 시험에도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두 번째 시험까지 성공한 프시케에게 화를 내면서, 더욱 혹독한 시련을 주었습니다. 세 번째 시련은 저승세계의 왕비에게 아름다움을 얻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시험을 받아든 프시케는 절망스러웠습니다. 저승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프시케는 저승세계로 들어간 사람 중에서 살아온 사람이 없다는 것도 잘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프시케는 저승세계에 가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에로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프시케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 탑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탑에서 들려온 소리는 프시케에게 지하세계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프시케는 탑의 목소리가 아려준 대로, 강을 건너고 머리가 셋 달린 사나운 케르베로스 옆을 통과해 저승세계 여왕에게 아름다움을 받아왔습니다


드디어 프시케가 저승세계의 여왕에게 아름다움을 얻어오는 미션을 클리어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프시케의 호기심이 또 다시 발동합니다. 프시케는 저승세계 여왕이 담아준 아름다움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프시케는 한참 동안 망설였습니다. 아름다움이 담긴 상자를 열어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말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프시케는 에로스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얼굴에 아름다움을 발라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고, 결국 프시케는 아름다움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상자 안에 담겨있던 지옥의 잠이 프시케를 감싸면서 프시케는 죽은것처럼 쓰러져 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아프로디테가 파놓은 함정이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에로스는 프시케의 곁으로 날아가서 지옥의 잠을 거두어 상자에 다시 담았습니다. 그리고 제우스에게 날아가 프시케와 결혼하여 하늘로 데려올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제우스는 금기를 깼던 프시케의 어리석음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감복하여, 에로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제우스에 이어서 아프로디테도 둘의 결혼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프시케가 모든 시험을 통과해 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늘나라로 올라온 프시케는 다시 살아났고, 에로스처럼 날개가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에로스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만약 프시케가 금기를 깨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프시케는 계속해서 남편의 얼굴도 모른 채 캄캄한 밤에만 에로스를 만났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에서는 금기를 깼던 프시케의 행동이, 천상에서의 영원한 사랑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준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