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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불도둑 프로메테우스와 얼짱 판도라의 관계

별뜨락 2019. 1. 6. 12:10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준 프로메테우스가 아니었다면, 얼짱 판도라는 그리스로마신화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는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해서 잘 알고 있지만, 이 둘이 무슨 관계에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둘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프로메테우스의 행적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불 도둑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는 원래 크로노스와 함께 있던 티탄의 일원이었습니다. (크로노스가 제우스의 아버지였고, 제우스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지난 번 포스팅에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족보를 따져보자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삼촌인 이아페토스의 아들로, 제우스와는 사촌지간입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크로토스와 티탄의 편에 서지 않고 제우스를 도와줍니다. 그 덕분에 제우스가 크로노스와 티탄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우스가 왕이 된 다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프로메테우스의 동생)에게 사람을 창조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을 빚어서 사람을 모습을 만들자 아테나 여신이 사람의 형상에다가 생명을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탄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창조해낸 프로메테우스에게 걱정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창조된 다음, 에피메테우스가 사람들에게 선물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줄 선물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에피메테우스는 벌써 다른 동물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누어주어 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날 수 있는 능력, 날카로운 공격력, 날쌘 움직임 등의 선물을 아무 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프로메테우스는 연약하기만 한 인간들을 염려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무런 재주(선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사라질까봐 노심초사했습니다. 자신이 창조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제우스는 만약 인간이 불을 갖게 되면, 인간은 신보다도 강력한 존재가 되려고 할 거라고 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럴수록 프로메테우스의 눈에는 무지와 어둠에 갇혀있는 인간들이 어른거려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참 뒤 프로메테우스는 마음의 갈피를 잡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내 횃대를 들고 하늘로 올라가, 아폴론의 마차에서 불을 붙인 프로메테우스는 급히 인간에게 내려가 불을 건네주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버럭쟁이 제우스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우리의 예상대로 제우스는 격노를 하면서 이런 명령을 내립니다.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묶어버리라고 말입니다. 그 뒤로 프로메테우스는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불사의 몸이었기 때문에 배를 찢겨도 다시 몸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형벌은 영원한 것이어서, 상처가 아물자마자 다시 독수리에게 쪼이는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인간을 위해 했던 행동으로 이토록 잔인한 형벌을 받아야 했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문득 윤동주의 시 이 떠오릅니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라던 윤동주는,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도 권위에 굴하지 않겠다는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으로 인간은 불을 얻었고,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불로 밤길을 비추고, 음식을 조리하고, 대장간에서 도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것은 단순히 불이 아니라, 문명과 기술이었던 것입니다.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관계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판도라는 신들이 만들어낸 최초의 여자 사람입니다. 진흙을 빚어 여자의 형상을 만든 다음, 거기에다가 아름다움, 음악을 연주하고 즐길 능력, 말을 잘 하는 능력 등 여러 가지를 불어넣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호기심을 불어넣고, 판도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생명을 얻은 판도라는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판도라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프로메테우스 때문이었습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것을 보복하기 위해 판도라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에피메테우스(프로메테우스 동생)는 자기 집 지하 깊숙한 곳에 상자 하나를 숨겨놓았는데, 그 속에는 온갖 질병, 질투, 미움, 고통, 복수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상자를 열어서 사람의 세상에 질병, 질투, 미움, 고통, 복수가 퍼져 나가는 게, 제우스가 생각한 보복이었습니다.

물론 제우스의 이런 계략을 프로메테우스가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절대로 제우스가 준 것을 받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에피메테우스는 여신과 같은 아름다운 판도라에게 반해, 판도라와 결혼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지하에 꼭꼭 숨겨놓은 상자가 있는데,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고 말이죠. 그 순간 판도라의 호기심이 시작됩니다. 신들이 판도라에게 불어넣어준 호기심은 극에 달해, 판도라는 하루 종일 상자만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에피메테우스가 일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판도라는 더 이상 호기심을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판도라는 지하에 꼭꼭 숨겨놓은 상자를 열게 되었고, 그 순간 상자 안에 갇혀있던 온갖 질병, 질투, 미움, 고통, 복수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너무 놀란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급하게 닫았습니다. 상자 속의 모든 것이 세상으로 나가고 상자 안에는 단 하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희망이었습니다.

그 뒤로 인간 세상에 다양한 고난이 퍼져나가며, 사람들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아있는 희망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은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우스도 인간에게 완전히 무자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것들 사이에 희망이라는 것 하나를 넣어둔 것을 보면 말이죠.

 

 

역사상 많은 예술가들이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상자를 주제로 예술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만큼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상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불도둑 프로메테우스와 얼짱 판도라의 이야기는, 예전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슴 아프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다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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