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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별뜨락 2018. 12. 21. 22:02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김종대-


이순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순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저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김종대이다. 저자는 30년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순신의 리더십을 풀어나갔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순신을 알기 위한 필독서라고 할 만 하다.

 

서평

저자는 이순신을 이야기할 때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다. 당쟁이 극을 치닫던 시대에 출생하여 공직에 나아가고 임진왜란을 겪은 이순신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치밀하게 분석했다. 이미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방대한 역사적 사료를 수집해서 정리한 결과, 풍부한 이야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순신의 생애를 좇아가면서, 이순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강력한 동기는 무엇이었는가를 찾으려 했다.


이순신은 당쟁이 극을 치닫던 1545년에 출생하여 22세에 무관의 길을 선택했고 32세가 되어서야 무과에 급제했다. 유교만을 숭상하던 시기에 문과가 아닌 무과시험을 봤고, 첫 시험에서는 낙방하고 4년 후 겨우 병과로 합격했다.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나이가 너무 많았으며,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이순신은 32세에 급제를 한 뒤에도 1년 동안 변변한 보직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겨우 함경도 삼수의 동구비보 권관으로 부임했는데, 그곳은 오지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험한 산골이었으며, 최악의 귀양지였다.


실패와 위기의 연속 속에서 벼슬에 나아가기까지, 그의 길은 얼마나 멀고도 힘겨웠는가?

좌절하고 무기력에 굴복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항상 이겨냈다. 놀라웠다. 이순신은 주어진 삶의 조건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로 삶을 선택하고 자신의 방법대로 살아간 것이다. 저자는 이순신이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굴절하지 않고 일관되게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가, 치열한 내적 수련을 통해 고매한 인격이 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순신은 끊임없는 자기탐구의 과정을 거쳐 자신과 세계의 존재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그 의미를 찾아냈던 게 아닐까?


47세에 전라좌수사가 된 이순신은 거북선을 건조했다. 그는 당파싸움과 결부되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실패의 위험 부담을 감수한 채로 거북선 건조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조선의 거의 모든 지휘관이 무사안일에 빠져 책임지지 않고 쉽게 사는 방법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거북선이 완성된 지 하루 만에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순간인데도 조정의 대처가 안일하고 무지했다는 걸 책을 읽는 동안 재확인했다. 조선이 허둥대고 있는 동안 왜적은 부산 동래를 무너뜨린 지 겨우 20일 만에 한양을 함락했다. 임금마저 한양을 버리고 도피했고, 지방 장수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지를 않았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그런 상황에서 이순신은 단 세 척의 거북선을 이끌고 4대 승첩을 이루었다. 그 뒤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 한산도에 주둔했을 때도, 그는 전쟁 재발에 철저한 준비를 해두었다.


이러한 이순신의 행적을 과연 충효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을까

조선 사회에서 개인은 철저하게 가문과 왕조를 위해 살았다. 구성원에 불과한 개인에게 충과 효가 절대적인 가치였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개인의 삶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에게는 인간 개개인이 모두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는 나라의 동포를 사랑한 것이다. 그는 먹을 것이 없어 떠도는 피난민들에게 노획한 쌀, , 베를 나눠주었다. 또 피난민 행렬 앞에서는 말에서 내려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위로해주었다. 진정한 개인의 가치를 깨달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순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백의종군과 명량해전이다. 모함과 당쟁이 결부되어 옥중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뒤, 백의종군하게 된 이순신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순신은 원균의 패전 이후 삼도수군이 무너진 상태에서 선조의 재임명 교서를 받았다. 무능하고 타락한 사회가, 이순신이라는 개인의 삶을 훼손한 것이다. 비탄에 빠져 절규할 수도 있었지만, 이순신은 13척 전함을 이끌고 왜군의 133척 전함을 무찔렀다. 그 뒤 정유재란마저 승리로 이끌었던 그는 노량해전에서 전사했다.


이와 같이 이순신이 겪은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책에서는 그의 정신과 지도자로서의 품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내면에 지닌 정의, 정성, 사랑, 창의와 개척정신, 용기와 열정 등의 가치가 그의 인격의 바탕이며 그것으로 인해 그는 성공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이순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이순신을 들여다보면서 내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내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인간의 유한한 삶의 속성에 절망을 하거나, 두려워 도망을 쳤을지도 모른다. 마치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도주할 궁리만 했던 조선의 임금과 신하처럼.


성웅 이순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의 삶 앞에 내던져진 고통과 역경을 이겨나가는 동안, 그는 부단히 자기와 세계의 의미를 되새겼음이 분명하다.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동안, 삶의 허무에 빠진 게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지닌 가치의 소중함을 찾았을 것이 틀림없다.


즉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기는, 세계와 자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었고, 그러는 동안에 정의, 용기, 사랑, 창의 등이 발현되었다고 본다. 그러기에 이순신의 이야기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싶은가? 삶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달라지고 싶은가? 이순신의 이야기가 답이 될 수 있다.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이순신의 이야기에서, 나의 가치와 살아나가야 할 방향을 깊이 탐구해보길 기대한다.

  


이순신 장군의 명언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무릇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기를 각오하면 죽을 것이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높은 산이 움직이듯 신중하게 움직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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