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3.1운동 100주년
-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 홍콩 여행
- 오곡밥
-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 천기누설
- 싱가포르 날씨
- 베트남 다낭
- 태국 치앙마이
- 태국
- 태국 방콕
- 주기율표
- 베트남 하노이
- 태국 푸켓
- 크리스마스 선물 추천
-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 원소주기율표
- 천연인슐린
- 나는 몸신이다
- 동화
- 대만 타이베이
- 3.1운동
- 10월 프랑스 날씨
- 홍콩
- 정지용
- 베트남 여행
- 미세먼지
- 몸신
- 10월 프랑스 옷차림
이카네 집
김산하의 야생학교 본문
김산하의 야생학교 서평
‘김산하의 야생학교’는 크게 4가지 장으로 구성되고, 각 장에는 독립된 몇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그걸 통해 우리가 무심결에 지나치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담론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책 한 권이 별개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것처럼 보이는 ‘김산하의 야생학교’입니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을 마주하는 올바른 자세입니다.
자연을 올바르게 마주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저자가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동물들과 같이 땅을 공유하며 동물과 갈등을 겪더라도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갖자고 독자들을 설득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니지만, 나의 인식 속에서 인간은 자연의 상위에 놓여있던 것입니다.
최근 우리 동네에서 벌어졌던 ‘소독’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이미 수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던 곳이었는데, 그런 장소에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와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자연의 생명체들이 자주 나타나는데, 그 생물 중에서도 우리 동네 주민들은 벌레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마치 도시 사람들이 비둘기를 징그러워하며 혐오하는 것처럼,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작은 벌레를 보며 몸서리를 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네 사람들은 ‘수목소독’하는 일에 꽤나 민감합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수목소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땐, 즉각적으로 관리사무소에 항의가 빗발칩니다.
수목소독을 하고나면, 벌레들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벌레들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동네 아이들이 좋아하던 달팽이, 여치, 하늘소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수목소독은, 수목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관리소장이 바뀐 뒤, 수목 소독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다. 그에 따라 집안에 출몰하는 벌레의 수와 종류도 늘어났습니다. 주민들은 불평하기 시작했고, 그 불만의 대열에 저 역시 합류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아직까지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벌레들을 보면서 호들갑을 부렸을 것이 틀림 없습니다. 파리채와 휴지를 집어 들고, 전사처럼 나아가 벌레를 해치웠을 것이 분명합니다. 자연과 가까이서 사는 삶을 예찬하면서, 자연의 생명체를 거부하는 이중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생물과 함께 산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달게 해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책에서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어냈습니다. 이제는 저자의 말처럼, 버젓이 동물들과 같은 땅을 공유하고, 동물과 갈등을 겪더라도 여전히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겨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인식의 문이 조금 열린 셈이겠지요.
얼마 전에는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태에 대한 그릇된 문화를,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원청개구리를 살려내고, 망가진 습지를 복원시키는 노력. 이런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내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저처럼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들이 생명에 대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자랄 수 있게끔 조력해야 야 합니다.
그 출발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 살기’만 해준다면, 생태에 대한 우리 문화는 조금씩 변화하지 않을까요? 있는 그대로의 풍경, 있는 그대로의 동네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 그 일환으로 ‘야생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제안해 두고 있습니다.
그러한 행동 중 하나는 사용하는 휴지의 양을 조금씩만 줄이는 것입니다. 또 더운 계절이면 바깥보다 약간 덜 덥게, 추운 계절이면 바깥보다 약간 덜 춥게 실내 온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일회용품 사용을 조금씩만 줄이는 것과 겨울에는 가게의 문을 닫아두는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마저도 우리의 환경에는 훨씬 낫다는 걸 알았습니다.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오십 보와 백 보는 분명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 각자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순간 부끄러운 제 삶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 앞에서 저질렀던 환경에 무지했던 행동들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요전 번 카페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을 때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 날 학교를 끝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과일 쥬스를 주문했고, 유리잔에 한 가득 담긴 생과일 쥬스가 아이들 앞에 놓였습니다. 아이들은 서둘러 쥬스를 마셨고, 저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작은 아이가 생과일 쥬스를 쏟은 것입니다. 꽤 많은 양이었습니다. 나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카페 한 쪽에 놓인 종이 티슈를 몇 움큼 집어다가 탁자 위의 쥬스를 거침없이 닦아냈습니다.
잠시 후 카페 주인이 천 행주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소란이 생긴 것을 사과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주로 닦아내는 수고를 덜어드리고 싶어서, 티슈로 다 닦아냈어요.”
그러면서 쥬스를 흡수해서 축축해진 티슈 몇 뭉치를 그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나의 만행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또 다시 쥬스를 쏟는 걸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저는 이런 선택을 해버렸습니다.
“남아있는 쥬스를 뚜껑이 있는 테이크아웃 잔으로 옮겨 주실 수 있으세요?”
‘야생학교’가 아니었다면, 환경에 대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를 부끄러워할 줄이나 했을까요? 이 책은 환경에 대해 무지의 영역에 있던 저를 앎의 영역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이 책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문득 책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야생학교의 설립목적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환경파괴와 생명의 사라짐을 공부하며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도시인인 우리가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했으면 했습니다.
이젠 저도 그러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야생학교의 입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김산하의 야생학교’가 나의 삶에 생태를 입혀준 것처럼, 야생학교의 학생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내 삶의 궤적도 조금씩 바뀌어갈 거라는 걸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생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야생학교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이카네 책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진건 운수좋은날, 제대로 읽기 (0) | 2019.01.24 |
---|---|
우리 과학 문화재의 한길에 서서 (0) | 2019.01.07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0) | 2018.12.27 |
탤런트코드,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0) | 2018.12.23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0) | 2018.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