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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재발견

별뜨락 2019. 11. 17. 23:09

다음 글은 양성평등 글짓기 수상작입니다.




축제의 재발견


축제가 다가오자 각 반에서는 특색을 살려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각 반은 라면, 떡볶이, 츄러스, 음료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물풍선 던지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어떤 반에서는 방탈출 게임, 영화 감상, 페이스 페인팅 등도 준비를 했다.

드디어 축제날 아침이 밝았다. 교실, 운동장, 현관, 특별실에는 우리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학교 이곳저곳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또 어디에서나 친구들, , 누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에는 우리들의 축제를 구경 온 부모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들께서도 우리들과 함께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체험하고 계셨다.

그때 나는 교실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 반은얼마나 맛있게요라는 제목으로 떡볶이, 불닭볶음면, 달걀을 만들어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 , 친구들은 일을 가리지 않고, 서로 도왔다. 담임 선생님이 떡볶이를 만드시는 동안 어떤 친구는 달걀을 삶았고, 또 어떤 친구는 불닭볶음면을 팔았다. 주문을 받는 친구도 있었고, 음식을 배달하는 친구도 있었으며, 주변을 정리하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들이 역할을 분담할 때에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남녀가 평등하다는 교육을 잘 받아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녀는 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은 성별로 인해 그 어떤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가 요리를 하고, 배달을 좋아하는 친구가 배달을 했으며, 주문 받는 데 관심 많은 친구가 주문을 받았다. 그렇게 우리는 역할을 나누는데 남자, 여자는 절대로 따지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세대에서는 진정한 성평등이 쉽게 이루어지겠군. 우리는 이미 그걸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속에 자부심이 솟아났다. 하지만 그러한 자부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만과 오해였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깨달은 건, 우리 반 교실에 부모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셨을 때였다.

부모님들은 책상을 붙인 다음 빙 둘러 앉으셨다. 그런 다음 곧바로 주문을 하셨다. 주문한 메뉴는 떡볶이, 달걀, 음료수였다. 우리들은 각자 정해진 역할을 하면서, 주문한 음식을 부모님 앞에 놓아 드렸다.

그런데 음식을 드시던 어떤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떡볶이를 선생님이 만드셨다던데, 맛이 왜 이래? 여자 선생님인데 떡볶이 간을 못 맞추시네.”

그러자 또 다른 부모님께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씀하셨다.

이 반은 역할 배정도 잘못 되었네. 나긋나긋한 여자 애들이 주문을 받고, 남자 애들이 힘을 쓰면서 배달을 해야 되는데……. 어찌 반대로 되었잖아?”

정말 그러네요. 옆 반은 남녀 역할이 제대로 나뉘어져서, 이벤트가 깔끔하게 진행되더라고요.”

부모님들께서 하시는 목소리는 우리들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성평등 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나의 자부심에도 금이 갔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낡은 차별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불닭볶음면 만드는 보조 역할을 했던 나는, 불닭볶음면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쓸데없이 물건을 이리 저리 옮겼다. 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자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여자의 일을 하려고 했고, 남자 아이들은 어른들이 기대하는 남자의 일을 하려고 했다.

축제가 끝난 다음, 기분이 이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세대에서 진정한 성평등이 쉽게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가 된다는 건, 결코 쉽지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 남녀 차별은 아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세대의 끊임없는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다짐을 했다. 이번 축제는 아쉽게 끝났지만, 내년 축제에서부터는 어른들의 편견까지 이겨내겠다고. 그래서 내년에는 반드시 양성평등을 실천해내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우리 축제를 통해서 성평등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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