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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마음을 넣어두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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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마음을 넣어두다.

별뜨락 2019. 11. 11. 22:31

다음 글은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쓴 글이에요.



학교에 마음을 넣어 두다.

 

새로 다니게 될 학교는, 개교한지 50년 정도 되는 낡은 학교였다. 입학하기 전 소집일에 중학교에 가봤던 나는 크게 실망을 했다. 학교 건물은 운동장과 하늘을 지지대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가 이렇게 허름하다니…….’

나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원래 싸늘한 날씨였지만 주변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나는 몸에 힘을 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 다음에 바닥에 얼어붙은 땅을 밟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을 찾아 들어가 자리에 앉았을 때는 온 세상이 어두컴컴해 보였다. 어두운 교실 때문이었을까? 새로 만난 친구들의 얼굴도 모두 침울하게만 보였다. 침울해 보인 건, 친구들의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후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고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을 때, 나는 선생님의 얼굴이 회색빛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면 그렇지. 자세히 살펴보니 선생님의 얼굴이 회색은 아니었다. 교실이 어두워서 잠시 선생님의 얼굴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었다.

, 모두 제자리에 앉아요.”

선생님께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교실의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그날 나는 운동장을 걸어 나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벽돌의 학교 건물은 도대체 지어진지 얼마가 되는 걸까?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문을 빠져나왔다.

3월에 있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족, 친척, 이웃분들께서 나의 입학을 축하해주셨다. 힘이 되고 따뜻한 인사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입학을 정말 축하해!”

조그맣던 네가 어엿한 중학생이 되다니!”

즐겁고 의미 있는 중학교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중학생 될 날이 다가올수록 축하 선물도 하나씩 늘어갔다. 내가 선물로 받은 책가방, 노트, , 필기구 등은 모두 새롭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런 선물들을 볼 때마다 낡고 허름한 중학교 건물이 떠올라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손때도 안 묻은 나의 물건들이 중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낡아버릴 것 같았다.

드디어 중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커다란 교문을 지나서 모퉁이를 돌자, 중학교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 이상한데?’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에 보았던 중학교의 모습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도 몰라.’

나는 차갑던 겨울이 물러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몰려왔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입학식에 늦지 않으려고, 빠른 걸음으로 강당을 향해 걸어갔다.

200명이 넘는 친구들이 강당에 다 모이자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부르는 애국가와 교가가 강당에 울려 퍼지고 나서, 교장 선생님께서 환영 인사를 해주셨다.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활짝 웃으신 다음 말을 이으셨다.

학교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이번 겨울에 교실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우선 모든 교실의 석면을 해체제거하여 무석면 천장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교실 조명을 LED로 바꾸고, 냉난방 장비를 교체하는 등 학생들이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강당 창문 밖으로 교실 건물이 보였다. 붉은 벽돌의 건물에서 왠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 커다란 건물이 따뜻한 팔을 뻗어 입학식에 참석한 우리들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밝은 교실에 있는 공기가 맑아서 기분이 좋았다. 담임 선생님의 얼굴도 밝고 온화하게 느껴졌다. 낯선 친구들의 모습도 부드럽고 정겨워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원래 새로운 환경에서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또 학교생활도 성실하게 해나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담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셨다. 우리 학교에 온지 몇 년째가 되셨다는 담임 선생님은, 올해처럼 아이들이 수업에 열성적이고 친구들끼리 배려해준 적은 없었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면 낡아서 녹슨 것처럼 보였던 붉은 벽돌 때문에, 가까이 가기가 두려웠던 학교였는데……. 그러던 학교가 겨울 동안 새롭게 단장을 했다. 그렇게 새로운 모습을 한 학교에서 나는 수업, 학교 축제, 진로 체험,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나의 마음속에 새겨지면서, 어떤 것은 벌써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벌써 여름방학이 지나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 되자 학교는 알록달록 색깔로 물들고 있다. 그 한 가운데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나는 그런 학교에 마음을 넣어둔 채, 하루하루 성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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