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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광덕, 엄장

별뜨락 2020. 3. 2. 23:08

다음은 삼국유사 중 '감통' 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광덕, 엄장> 한글 번역본입니다.



광덕, 엄장


문무왕 때에 사문 광덕과 엄장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막역의 벗이 되어 일찍이 서로 약속한 바가 있었다.

"먼저 안양(극락정토)으로 돌아간 자가 알려 주어야 한다."


광덕은 분황사 서편 동네에 은거하여 부들로 미투리를 삼는 것으로 생업을 삼으면서 처자와 함께 살았다. 엄장은 남악 암자에 깃들어 화전에 씨를 심고, 쇠붙이를 갈았다.


어느 날 석양 그림자가 붉은 빛을 드리우고, 소나무 그늘이 고요히 저물어 갈 때, 엄장은 들창 밖으로부터 어떤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미 서방으로 가게 되었으니, 그대는 여기에 잘 머물렀다가, 빨리 나를 쫓아오라."


엄장이 문을 박차고 나가 뒤돌아보니, 구름 밖에 하늘의 음악 소리가 나면서 광명한 빛이 땅에 닿아 있었다. 

이튿날 엄장이 광덕의 집을 찾아갔더니, 정말로 광덕은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엄장은 광덕의 아내와 함께 해골을 거두어 장사할 터를 마련했다.

그런 다음 엄장은 광덕의 아내에게 말했다.

"남편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니,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떨지요."

이 말을 듣고 광덕의 아내는 대답했다.

"좋습니다."


드디어 둘이 함께 머물러 밤에 잠을 자려 하는데, 광덕의 아내가 말했다.

"법사께서 정토를 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함'과 같습니다."

엄장은 놀라는 한편, 이상하게 여겨서 물었다.

"광덕이 이미 그렇게 되었는데, 나와 함께하다고 해서 무슨 방해로움이 있나요?"

이에 광덕의 아내는 말하였다.

"우리 남편은 나와 함께 지낸 지 10년 동안 일찍이 하룻밤도 같이 잠자리를 하여 본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더러운 접촉을 했겠습니까? 다만 밤마다 몸을 단정히 하고 바로 앉아 한결같이 '아미타불'을 염하였을 뿐입니다. 더러는 16관법을 지어 관법이 익숙해진 뒤 밝은 달빛이 지게문에 들어올 때, 가끔 그 빛을 타고 그 위에 가부좌를 하였답니다. 그의 정성이 이러하였으니, 비록 서방으로 가려한들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대개 천리를 가려는 자는 첫걸음에 규칙이 정해지는 법이니, 이제 법사의 관법은 동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서쪽으로 간다는 것은 알 수가 없겠지요."

이 소리를 듣고 엄장을 부끄러워 물러갔다. 


그런 다음 원효법사에게 나아가 갈길을 간절히 구했더니, 원효는 삽관법을 지어 유도하였다. 

엄장은 몸을 조촐하게 하고 스스로 책망을 하고나서, 한결같이 관법을 닦았더니 서방으로 오르게 되었다. 


사실 광덕의 아내는 분황사의 여종이며, 19응신 중 하나였다. 


광덕은 일찍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달님이시여, 

서방을 지나갈 건가.

무량수불 앞에,

말씀을 전해 다오.

다짐이 깊으신 부처님 우러러,

두 손 모아 사뢰노니.

원왕생 원왕생,

그리는 사람 있다 전해 다오.

아아,

이 몸을 끼쳐 두고.

사십팔 대원 이루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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