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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욱면비의 염불서승

별뜨락 2020. 2. 27. 02:03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번에 이어, 삼국유사 <감통>에 있는 내용을 한글 번역으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기존의 삼국유사 번역본은, 기존의 삼국유사 번역보다는 좀더 구어체에 가깝게 표현을 한 것이랍니다.



   욱면비의 염불서승


경덕왕 때 강주(지금의 진주)에 선사 수십인이 있었는데, 그들은 서방에 뜻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 고을에 미타살를 창건하여 만일계를 열기로 약속하였다. 

한편 아간 '귀진'의 집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욱면'이었다. 욱면은 주인을 따라 절에 와 뜨락에 서서 중을 따라 염불하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보고 주인인 '귀진'은 이렇게 말을 하였다.

'너는 맡은 일을 잘 못하는구나.'

그러면서 매양 곡식 두 섬씩을 주어 하루 저녁에 다 찧게 하였다.

그런데 여종인 욱면은 초저녁이면 곡식을 모두 찧고는, 절로 돌아와 염불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염불하는 것을 밤이 늦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뜨락 좌우에는 긴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으로 꿰서 말뚝 위에 매달고 합자하되, 죄수로 하여금 흔들어 일깨우게 하였다. 

이때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욱면랑은 금당으로 들어가 염불하라.'


중 무리들이 그 소리를 듣고 욱면에게 권하여 욱면을 금당으로 들게 하였다. 전례대로 정진하였더니, 얼마 아니되어 천악이 서방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러자 욱면은 몸을 솟구쳐 들보 위로 나가 서방으로 교외에 이르러 해골을 버리고 진신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욱면은 연화대 위에 앉아 크게 방광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데, 음악 소리는 공중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 금당에는 지금까지 '욱면이 솟구쳤던 구멍이 있다.' 한다.


승전을 상고하면 다음과 같다.


<동량 팔진이란 자는 관음보살의 헌신이다. 무리 1천명을 둘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노력'이요, 또 하나는 '정수'라 하였다. 그런데 '노력'에 중에 일을 맡은 자가 제대로 계를 얻지 못하여 짐승의 길로 떨어져 부석사의 소가 되었다. 소가 되어 일찍이 불경을 싣고다니더니, 불경의 힘을 입어 아간 '귀진'의 집 여종으로 태어났는데, 그 이름이 '욱면'이었다. 어느 날 욱면이 하가산에 이르렀다가, 꿈을 꾸고 느낀 바 있어, 도를 닦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느꼈다.


'아간의 집이 혜숙법사가 창건한 미륵사에서 거리가 멀지 않았으므로 아간이 매양 그 절에 이르러 염불할 제, 욱면이 따라가 뜨락에서 염불했다.'고 말하였다.


그러한지 9년만인 을미 정월 21일에 '욱면'이 부처에 예하고 지붕을 뚫고 솟구친 것이다. 소백산에 이르렀을 때, 신 한짝을 떨어뜨리고 그곳에 보리사를 짓고 산 아래에 그 몸을 버렸으므로 그곳에 이보리사를 짓고 불전을 '욱면등천지천'이라 하였다. 지붕 밑에는 열아름이나 되는 큰 구멍을 뚫어 비록 폭우나 밀설이 내리더라도 젖지 않게 하였다.


그 뒤 어떤 호사자가 금탑 하나를 만들어 그 구멍난 반자 위에 앉히어 기이함을 표시하였는데, 지금까지도 그 탑이 남아 있다.


욱면이 떠난 뒤 귀진은 '그 집을 이인이 태어난 곳'이라 하여 시사하여 절을 삼아 '법와왕사'라 하였다. 그런 다음 밭과 백성을 바쳤는데 시간이 오랜 뒤에는 폐허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대사 회경이 승지 유석, 소경 이원장과 함께 발원하여 절을 다시 세웠는데, 그때 회경이 친히 토목의 역사를 맡아 처음 재목을 실을 때에 어떤 꿈을 꾸었다. 그의 꿈에 늙은 할아버지가 삼과 칡으로 삼은 미투리를 각각 하나씩 주었고, 또 옛 신사에 가서 불리를 깨우쳐 주었다. 그 뒤 신사 곁에 있는 재목을 베어 절은 5년만에 이룩되었고, 또 노비를 더 두어 동남에서 이름난 가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회경을 귀신의 후신'이라 한다.>


논하되,


<향중 '고전'을 상고하면 욱면의 일은 곧 경덕왕 때 있었던 것이요, '본전'을 증거하면 원화 3년 무자는 애장왕 때이니, 혜공 · 선덕 · 원성 · 애장 등 5대를 합하여 모두 60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 일의 전후를 상고하면 서로 어긋난다. 그러나 둘을 다 두고 의심나는 것은 궐하였다.>


찬하되, 


서녁 이웃 옛절에,

불등이 밝았을 제,

방아 찧고 돌아오니,

밤은 이미 깊었도다.

나의 염불 한 마디에,

부처 하나 이루려고.

손을 뚫어 노를 다니,

이 몸은 잊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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