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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선률의 환생, 한글 번역

별뜨락 2020. 3. 13. 23:45

아래 글은 <삼국유사> '감통' 부분에 나오는 <선률의 환생>을 한글로 번역한 것인데요,

내용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좀더 현대적인 표현 방법으로 적어 보았답니다.





  선률의 환생


망덕사의 중 선률은 돈을 시주하여 육백반야를 이루려고 하다가, 뜻이 성공하기도 전에 저승으로 가게 되었다. 

저승에서 선률을 본 명사가 물었다.

"너는 인간으로서 무슨 업이 있느냐?"

이에 선률이 대답하였다.

"빈도는 만년에 <대품경>을 이루고자 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한 채 왔답니다."

명사가 또 다시 말했다.

"너의 수명이 다하였지만, 착한 소원을 끝내지 못한 게 안타깝다. 그러니 마땅히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전을 다 이루어야겠지."

그러면서 명사는 선률을 저승에서 놓아주었다. 


선률이 저승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선률은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 여인이 선률 앞에서 울며 절한 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는 남염주의 신라 사람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금강산 무논 한 이랑을 취한 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모님의 죄를 물려받아 명부의 추검을 받게 되어 오랫 동안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법사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우리 부모님께 빨리 그 무논을 돌려 주라고 전해 주시옵소서. 한 가지 더 아뢸 것은, 제가 인간 세상에 있을 때, 호마유를 마루 밑에 묻어 두었고. 아울러 가는 베를 침욕 밑에 간직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법사께서 그 기름을 취하여 불등을 켜고, 베를 팔아서 경폭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그 은혜는 황천에서도 갚겠고, 나의 고뇌도 벗을 수 있게 됩니다."


여인의 말을 듣고 선률이 물었다.

"너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여인이 대답하였다.

"사량군 구원사 서남쪽에 있는 동네입니다."


선률은 여인의 말을 듣고, 인간 세상에 다시 깨어났다. 그때 선률은 죽은 지 벌써 열흘이 다 되어, 이미 동녘 산기슭에 장사를 지낸 다음이었다. 다시 깨어난 선률은 무덤 속에서 사흘 동안이나 밖을 향해 소리를 냈는데, 마침 목동이 이 이를 듣고 본사에 돌아와 고하였다. 

이에 절에 있는 중이 선률의 무덤으로 가서 파보았더니, 선률이 지난 일에 대해 갖추어서 말을 해주는 것이었다.


선률은 여인의 집을 찾아갔다. 여인은 죽은 지가 열 다섯 해가 되었고, 여인이 말했던 기름과 베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선률은 여인이 말한 대로 명복을 빌어주었는데, 그때 그녀의 영혼이 나타나서 말하였다.


"법사의 은혜에 힘입어 저는 이미 괴로움에서 벗어났답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듣고 놀라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법사를 도와 보전을 이루었는데, 그 경질이 지금까지도 동도 승사에게 간직되어 해마다 춘추로 펴 읽어 재앙을 물리쳤다.


찬하되,


우리 스승 좋은 인연,

참으로 부럽소이다.

영혼이 멀리 놀다가,

옛 임천으로 돌아왔다.

리 어머니께서

딸의 안부 묻거든.

저 한 이랑 무논을

빨리 돌려 주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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