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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모음, 모더니즘을 담은 작품

별뜨락 2019. 3. 13. 14:18

안녕하세요, ‘이카네 집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이상의 우여곡절 많고, 절망적인 인생사에 대해 알려드렸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상의 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상은 1930년대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랍니다.

 

모더니즘이 뭐냐고요?

모더니즘(Modernism)은 기존의 예술, 건축, 문학, 신앙, 철학 등 전통적인 기반으로부터 급진적으로 벗어나려는 20세기 서구의 문학, 예술 사상이랍니다.

그래서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것을 거부하고, 과거와 달리 혁신적인 방법으로 창작합니다. 익숙한 것, 상투적인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고 낯선 것을 추구하는 것이죠. 때로는 기계문명이나 도시 생활의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기계, 도시가 새로울 게 없지만, 모더니즘이 태동할 당시만 해도 사정은 달랐답니다.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에겐 기계와 도시가 아주 낯설고 충격적인 것이었죠.

 

이제 이상의 시 작품들을 감상해 보십시오. 이상의 시들을 읽다보면, 전통적인 시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문법 전통을 파괴하여, 띄어쓰기와 문장부호에도 변화를 줍니다. 시의 의미도 난해하기만 합니다. 다른 시를 읽을 때처럼 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의 의미와 형식이 정형화되지 않다 보니, 화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을 해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에 대한 해석이 끝나면, 어려운 퍼즐을 모두 맞춘 것 같은 즐거움도 따른 답니다.

 


오감도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기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외로운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가정

 

()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門牌(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해간다.食口(식구)()窓戶(창호)에더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收入(수입)되어들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처럼月光(월광)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울도장을찍나보다.壽命(수명)을헐어서典當(전당)잡히나보다.나는그냥()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을열려고안열리는()을열려고.

 

 

꽃나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 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이런 시 


역사(役事)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 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危險)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必是)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悽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作文)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아침

 

안해는낙타처럼편지를삼킨채죽어가나보다. 잽싸게나는그것을읽어버리고있다. 안해는그것을모르는것인가. 오전십시전등을끄려고한다. 안해가막는다. 꿈이떠올리어져있는것이다. 석달동안안해는답장을쓰고자하여아직까지쓰지아니하였다. 한장접시처럼안해의표정은창백히수척하여있다. 나는외출하지아니하면아니된다. 나에게부탁하면된다. 자네애인을불러줌세 아드레스도알고있다네

 


거리


-여인이 출가한 경우

백지위에한줄기철로가깔려있다.

이것은식어들어가는마음의도해다.

나는매일허위를담은전보를발신한다.

명조도착이라고,

또 나는

나의일용용품을매일소포로발신하였다.

나의생활은이런해지를닮은거리에점점낯익어간다.

 


화로


방 거죽에 극한이 와 닿았다. 극한이 방 속을 넘본다. 방 안은 견딘다.나는 독서의 뜻과 함께 힘이 든다. 화로를 꽉 쥐고 집의 집중을 잡아땡기면유리창이 움푹해지면서 극한이 혹처럼 방을 누른다.참다 못하여 화로는 식고 차갑기 때문에 나는 적당스러운 방 안에서 쩔쩔맨다.은 바다에 조수가이나 보다. 잘 다져진 방바닥에서 어머니가 생기고어머니는 내 아픈 데에서 화로를 떼어가지고 부엌으로 나가신다.나는 겨우 폭동을 기억하는데 내게서는 억지로 가지가 돋는다.두 팔을 벌리고 유리창을 가로막으면 빨레 방망이가 내 등의 더러운 의상을 두들긴다.극한을 걸커미는 어머니 - 기적이다.기침약처럼 따끈따끈한 화로를 한아름 담아가지고내 체온 위에 올라서면 독서는 겁이 나서 곤두박질을 친다.

 

 

이상한 가역반응


임의의반경의 (과거분사의 時勢)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

 

이종류의존재의시간적경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直線殺害하였는가

 

현미경

그밑에있어서는인공도자연과다름없이현상되었다.

x

X같은날의오후

물론태양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處所에존재하여있었을뿐만 아니라

그렇게하지아니하면아니될步調를미화하는일까지도하지아니하고있었다.

 

발달하지도아니하고발달하지도아니하고

이것은憤怒이다.

 

鐵柵밖의백대리석건축물이웅장하게 서있던

眞眞5"바아의나열에서

육체에대한처분을센티멘탈리즘하였다.

 

목적이있지아니하였더니만큼冷靜하였다.

 

태양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었을 때

그림자는잔등前方에있었다.

 

사람은말하였다.

'저변비증환자는부자집으로식염을얻으려들어가고자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

 


1993, 6, 6 


천칭우에서 삼십년동안이나 살아온사람 (어떤과학자) 삼십만개나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 사람 (역시) 인간칠십 아니이십사년동안이나 뻔뻔히살아온 사람 ()

나는 그날 나의자서전에 자필의부고를 삽입하였다 이후나의육신은 그런고향에는있지않았다 나는 자신나의시가 차압당하는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때문에.

 


내과

 

――자가용복음――

――혹은 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하이얀 천사

 

이수염난천사는큐빗드의조부님이다. 수염이전연(?)나지아니하는천사와 곧잘결혼하고는한다.

 

나의늑골은2(). 하나하나에노크를하여본다. 그속에서는海綿에젖은더운물이끓고있다. 하이얀천사의펜네임은성피라고. 고무의전선 똑똑똑똑 보글보글 열쇠구멍으로도청.

 

(발신) 유다야인의임금님주무시나요?

(반신) 따찌따따찌(1) 따찌따따찌(2) 따찌따따찌(3)

 

흰뺑끼칠된십자가에서내가쑥쑥키가커진다. 성피군이나에게세번이나알지못한다고그런다 그순간 닭이활개를친다......

 

어이쿠 더운물을 엎질러서야 큰일날노릇――

 

 

 파편의 경치 


-은나의 AMOUREUSE이다

 

나는하는수없이울었다

 

전등이담배를피웠다

I/W이다

×

이여 ! 나는괴롭다

나는유희한다

의슬립퍼어는과자와같지아니하다

어떻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

쓸쓸한들판을생각하고

쓸쓸한눈나리는날을생각하고

나의피부를생각하지아니한다

 

기억에대하여나는강체이다

 

정말로

같이노래부르세요

나의무릎을때렸을터인일에대하여

은나의꿈이다

 

스틱크 ! 자네는쓸쓸하며유명하다

 

어찌할것인가

×

마침내을매장한설경이었다

 

 

수염


1

눈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는삼림인웃음이존재하여있었다

 

2

홍당무

 

3

아메리카의유령은수족관이지만대단히유려하다

그것은음울하기도한것이다

 

4

계류에서

건조한식물성이다

가을

 

5

일소대의군인이동서의방향으로전진하였다고하는것은

무의미한일이아니면아니된다

운동장이파열하고균열한따름이니까

 

6

삼심원

 

7

()를그득넣은밀가루포대

간단한수유의월야이었다

 

8

언제나도둑질할것만을계획하고있었다

그렇지는아니하였다고한다면적어도구걸이기는하였다

 

9

소한것은밀한것의상대이며또한

평범한것은비범한것의상대이었다

나의신경은창녀보다도더욱정숙한처녀를원하고있었다

 

10

()

()

×

(), 사무로써산보라하여도무방하도다

(), 하늘의푸르름에지쳤노라이같이폐쇄주의로다

 

 

공복


바른손에과자봉지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과자봉지를찾으려지금막은길을오리나되돌아갔다

 

이손은화석하였다

 

이손은이제는이미아무것도소유하고싶지도않다소유된물건의소유된것을느끼기조차하지아니한다

 

지금떨어지고있는것이눈()이라고한다면지금떨어진내눈물은눈()이어야할것이다

 

나의내면과외면과

이건의계통인모든중간들은지독히춥다

 

좌 우

이양측의손들이상대방의의리를저바리고두번다시악수하는일은없이

곤란한노동만이가로놓여있는이정돈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독립을고집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고독하다고하느냐

이군웅할거를보라

이전쟁을보라

 

나는그들의알력의발열의한복판에서혼수한다

심심한세월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시체도증발한다음의고요한월야를나는상상한다

 

천진한촌락의축견들아짖지말게나

내험온은적당스럽거니와

내희망은감미로웁다

 


1931년


1

나의 폐가 맹장염을앓다. 4병원에입원. 주치의도난――망명의소문나다.

철늦은나비를보다. 간호부인형매입. 모조맹장을제작하여한장의투명초자(硝子)의저편에대칭점을설치하다. 자택치료의묘()를극하다.

드디어 위병발병하여 안면창백. 빈혈.

  

2

심장거처불명. 위에있느니 가슴에있느니 이설(二說)분분하여걷잡을수없음.

다량의출혈을보다. 혈액분석의결과 나의피는 무기질의혼합이라판명함.

퇴원. 거대하며샤프한 기념비서다. 백색소년그전면(前面)에서협심증으로고꾸라지다.

 

3

나의안면에풀이자라났다. 이는불요불굴의미덕을상징한다.

나는내자신을더도없이미워하여 등변형코오스의산보를매일이고계속했다.

아니나다를까, 이는 193257(부친의사일(死日))대리석발아사건의전조이었다.

허나그때의나는아직한개의 방정식무기론(方程式無機論)의열렬한신봉자이었다.

  

4

뇌수교체문제 드디어중대화되다.

나는남몰래 정충(精蟲)의일원론을고지(固持)하여 정충의유기질의분리실험에성공하다.

유기질의무기화문제 남다.

R청년공작(公爵)과해후하여 CREAM LEBRA의비밀을듣다. 그의소개에의하여이양(梨孃)과서로알다.

()의문제에 광명보이다.

 

5

혼혈아Y 나와의입맞춤에의하여독살되다.

감금되다.

 

6

재차입원하다. 나는이렇게도암담한운명에직면하여자살을결의하고 남몰래 한자루의비수(길이3)를손에넣었다.

야음(夜陰)을타서나는병실에서빠져나왔다. 개가짖었다. 나는이때다싶어푹하고비수를나의배꼽에찔러넣었다.

불행히도 나를체포하러추격하여온나의어머니가나의등에 나를감싸안은채살해되어있었다. 나는무사하였다.

  

7

지구의(地球儀)의위에물구나무 하였다는이유로나는제3인터내셔널당원들 에게뭇매에당했다

그리고 조종사가없는비행기에태워진채공중에쏘아졌다. 혹형을맞았다.

나는 지구의에접근한다. 지구의재정(財政)의뒷면을 이때엄밀자세히검산하는기회를얻었다

  

8

창부(娼婦)가분만한사아(死兒)의피부일면(一面)에 문신이입혀져있었다. 나는그암호를해제하였다.

그사아의선조는 옛적에기관차를치어서그기관차로하여유혈임리(流血淋漓) 도망하게한일세(一世)의호걸이었다는것이기록되어있었다

 

9

나는제3개째의다리() 4개째의다리의설계중. ()으로부터의다리를자르다의비보를접하고악연(愕然).

 

10

나의방의시계 돌연 13을치다. 그때호외의방울이울리다. 나의탈옥의기사.

불면증과종안병(腫眼病)과로시달리고있는나는항상좌우의기로에섰다.

나의내부로향하여 도덕의기념비가부수어지면서쓰러졌다. 중상(重傷). 세상은착오를전하다.

13+1=12 이튿날(즉그때)부터나의시곗바늘은3개이었다.

 

11

삼차각(三次角)의여각(餘角)을발견하다. 다음으로 삼차각과삼차각의여각과의합은 삼차각과보각(補角)을이룸을발견하다.

인구문제의응급수단 확정되다.

  

12

거울의굴절반사의법칙은시간방향유임(留任)문제를해결하다. (궤적의광년운산(運算))

나는거울의수량을섬광의속도에의하여계산하였다. 거기에서 로켓트의설계를중단하였다.

별보이양 R청년공작가전(家傳)의발()에감기어참사하다.

별보상형문자에의한사도(死都)발굴탐사대 그기관지로써성명서를발표하다.

거울의불황과함께비관설대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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