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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 본문

이카네 공부법/초등학교 글짓기 예시 자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식

별뜨락 2023. 5. 13. 23:14
다음 글은 음식을 소재로 한, 학생 작품입니다.

더 나은 작품을 활동을 위한 예시 작품이고요,

표절은 안 됩니다~

 

닭죽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음식이었습니다. 재료들이 각각 따로 있을 때는 담백한 닭고기, 쫀득한 찹쌀밥, 상큼한 야채였는데, 닭죽으로 합쳐지면 뭉개져서 흐물거립니다.

도대체 엄마는 저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왜 이상한 음식을 만드는 걸까?’

어렸을 적 저는 엄마가 닭죽을 만드는 걸 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안 먹으려고 일단 배부른 척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또 엄마는 그런 저에게 어떻게 해서든 닭죽을 먹이려고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피하려고 졸린 척까지 하면서, 억지로 잠을 자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제 몸에 이상이 생겼고, 저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했습니다.

그 뒤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동안, 몸에 통증이 생겼고, 저는 그것 때문에 입맛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엄마는 병원에만 답답하게 갇혀 지내기 때문에, 제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은 다음, 저를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엄마는 저를 데리고, 병원 안에서 봄꽃이 피어난 곳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야.”

병원 울타리 끝에는 봄 햇살을 받은 꽃들이 간간한 바람에 나풀거리는 것 같았지만, 그때의 저는 모든 게 무감각한 상태였습니다. 그 어떤 꽃도 제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제 입맛 역시 되살아나질 못했습니다.

 

얼마 후 저는 퇴원을 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온 다음에도 입맛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빨리 나으려면,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어야 해.”

엄마는 그동안 제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 주었지만, 저는 그 음식이 닿는 목구멍 끝까지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들 앞에서 한참 동안을 머뭇거리다가, 약을 먹기 위해 의무적으로 겨우 몇 수저를 떴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낮잠을 자다가 깼을 때였습니다. 방문이 조금 열린 틈 사이로 구수한 냄새가 들어왔습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슬쩍 여는데, 주방에서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습니다. 주방으로 가보니, 엄마가 냄비에 담긴 무언가를 나무 주걱으로 휘젓고 있었습니다.

저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닭고기, 찹쌀, 각종 야채들이 서로 찰싹 달라붙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닭죽이었습니다. 한차례 끓어오른 닭죽은, 누가 입김을 불어넣은 것처럼 움푹 패였다가 다시 끓어올랐습니다.

 

드디어 닭죽이 완성되고, 엄마는 내 앞에 닭죽을 놓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참 이상했습니다. 닭죽의 고소한 냄새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닭죽이 요리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였을까요? 그동안 그렇게 먹기 싫어서 배부른 척, 자는 척을 했던 닭죽이었는데……. 이번엔 제 손으로 직접 먹고 싶어진 것입니다.

저는 닭죽을 한 수저 떠서 입안에 넣었습니다.

!’

입안에서 따뜻하게 맴돌던 닭죽은, 목구멍 끝까지 부드럽게 넘어갔습니다.

마치 정다운 햇살이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주저하지 않고 또 한 수저를 들었습니다. 이번엔 따뜻하고 부드러운 닭죽에 담긴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병원에서 밤잠을 설치시며 저를 보살펴주던 엄마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닭죽 한 그릇을 싹싹 비우고 난 다음에는 힘찬 기운이 제 등줄기를 꽉 잡아주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제 몸은 나아졌습니다. 이렇게 회복되는 동안, 저는 닭죽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닭죽은 한마디로 힐링 음식입니다. 그래서 요즘엔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제가 먼저 엄마에게 닭죽을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어렸을 적의 저를 떠올리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떻게 해서든 닭죽 안 먹으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져나갈 궁리만 하던 꼬마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이젠 먼저 닭죽을 해달라고 하는구나.”

저는 특히 시험 보는 날 아침에는 꼭 닭죽을 먹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체력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닭죽을 먹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묵직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닭죽을 먹고 나면 학교 곳곳에 피어난 꽃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그래서 등굣길, 맑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슬며시 움직이는 꽃을 보면, 예전에 내게 봄꽃을 보여주겠다며 병원 울타리를 따라 걷던 엄마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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