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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아는 만큼 재미있다

오이디푸스, 예술의전당 공연도 알고 보세요.

별뜨락 2019. 1. 22. 23:21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오이디푸스일 것입니다. 오이디푸스는 운명에게 자신의 삶이 농락되지만 필사적으로 그것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원래 그리스로마 신화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건 소포클레스였습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중 한 명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로마 신화로 떠돌던 이야기가 소포클레스에 의해 논리적으로 전개되고 흥미진진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황당하던 신화를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이디푸스는 연극 작품으로 재연되어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도 오이디푸스가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이디푸스와 같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는 단순히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공연을 통해 스토리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기본 스토리를 배경지식으로 알고 관람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다음 공연 속에 녹아 있는 기승전결 구조의 뿌리를 찾고, 그 안에서 그리스 세계의 다양한 정신을 엿보며, 그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분석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이디푸스의 탄생과 성장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라이오스 왕과 이오카스테 왕비에게서 태어난 왕자입니다. 오이디푸스가 태어나기 전 이오카스테 왕비는 아이가 생길 날만 기다렸습니다. 라이오스 왕도 장차 생겨날 아이를 기대하면서 신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탁을 받은 왕과 왕비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습니다. 신탁의 내용이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신탁은, ‘아들은 아버지를 죽일 것이고, 그런 다음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다.’라는 끔찍한 경고를 내렸습니다.

얼마 후 왕자가 태어났지만 왕과 왕비는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왕과 왕비는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자를 험준한 산속에다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경사진 산 위에 버려진 아기 왕자는 오래지 않아 야생짐승에게 잡아먹힐 게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목동이 버려진 아기 옆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목동이 지나가는 것도 운명이 짜놓은 계획표에 들어있던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목동은 신음하는 아기를 차마 지나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목동은 안타까운 마음에 아기를 구해서 코린토 왕국에 있는 폴리보스 임금에게 보냈습니다. 마침 자식이 없던 폴리보스 임금은 아기를 데려다가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양자를 삼았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 그동안 오이디푸스는 코린토 왕국에서 왕과 왕비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랐습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마음 한편이 늘 허전했습니다. 자신을 낳아주신 친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어디에서 온 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전을 찾아가 신탁을 물었습니다. 그때 오이디푸스는 무시무시한 신탁의 내용을 듣고 온몸이 떨려왔습니다. 신탁은 오이디푸스에게, ‘그대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할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그 순간 오이디푸스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주신 왕과 왕비를 해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오이디푸스는 코린토 왕국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여정

한편 오이디푸스의 고향 마을이었던 테베는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테베에 나타나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해쳤기 때문입니다. 스핑크스는 아침에는 네 다리로 걷고, 낮에는 두 다리로 걸으며, 밤이 되면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은 무엇이지?’라는 수수께끼를 내었습니다. 사람들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죽어갔습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자, 테베의 라이오스의 왕은 무슨 수를 써야만 했습니다. 결국 라이오스 왕은 아폴론에게 상의를 하러 길을 떠났습니다. 라이오스 왕이 탄 마차가 좁은 산길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좁은 길목에서 라이오스 왕과 오이디푸스 왕자가 만난 것입니다. 서로가 부자 사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라이오스 왕이 길을 막아선 오이디푸스 왕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자, 왕의 시종은 오이디푸스의 말을 내리쳤습니다. 이를 보고 화가 난 오이디푸스는 물러서지 않았고, 그러다가 라이오스 왕과 시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로써 오이디푸스 왕자가 아버지를 죽인다고 했던 신탁의 첫 번째 예언이 맞게 된 것입니다.

 

여행을 하던 오이디푸스가 테베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서 오이디푸스는 여성의 머리를 가진 사자 괴물, 스핑크스를 만났습니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에게도 수수께끼를 낸 다음, 그를 삼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여유만만하게 수수께끼를 풀어 버렸습니다.

삶의 아침에는 네 발로 기어다니고, 삶의 낮에는 두 발로 걸어다니고, 삶의 저녁에는 지팡이를 의지하며 걷는 건,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맞추자 스핑크스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물리치자 테베 사람들은 몹시 기뻐했습니다. 테베의 왕비였던 이오카스테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이오카스테 왕비는 오이디푸스에게 여러 가지 선물과 함께 자신을 아내로 맞이하게 했습니다. 왕비가 자신의 어머니인 것도 모른 채 오이디푸스는 왕비와 결혼을 하고 테베의 왕이 되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가혹한 운명

오이디푸스 왕과 이오카스테 왕비는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왕과 왕비 사이에서는 아이들도 태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테베에 원인을 모를 전염병이 휩쓸어, 테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오이디푸스는 도대체 전염병이 원인이 무엇인지, 신탁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신탁은 끔찍한 말을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신탁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을 한 오이디푸스 때문에 전염병이 돈다고 한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테베의 왕과 왕비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비틀거리더니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오카스테 왕비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뒤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다음 테베를 떠났습니다. 그런 다음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초라하게 삶을 이어가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오이디푸스에 나타난 비극

따지고 보면 오이디푸스에는 악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비극적입니다.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인물들이 비극을 피해 달아나지만, 알고 보면 비극은 항상 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과연 운명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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